[단독] 檢, 미인도에서 천경자 DNA 찾는다

입력 2016-07-04 04:00
위작 의혹을 받고 있는 ‘미인도’. 천경자 화백은 생전에 이 작품을 두고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다”고 했다. 국민일보DB

검찰이 위작 논란에 휩싸인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대상으로 유전자(DNA)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국내에서 미술작품 감정을 하면서 DNA 분석을 하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천 화백은 생전에 그림을 그릴 때 물감 등을 손으로 섞어 만든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에 천 화백의 DNA가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의 미인도는 1991년 전시회에 출품되면서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당시 그림을 소장했던 현대미술관은 천 화백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직접 본 천 화백은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다”고 부인했었다. 지난해 천 화백이 별세하자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는 지난 4월 현대미술관장을 비롯한 6명을 사자 명예훼손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지난달 8일 미인도를 소장해 온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이 그림을 제출받았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작품 감정을 의뢰했다. 또 감정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 DNA 분석도 맡겼다.

천 화백은 아교에 석채(돌가루), 분채(가루물감) 등을 섞어서 만든 재료를 썼다. 검찰은 석채와 분채를 손으로 섞는 과정에서 천 화백의 DNA가 일부 혼합됐고, 그림에 미세하게나마 남아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천 화백의 DNA가 나오면 진품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제삼자의 DNA가 검출되면 위작으로 의심할 수 있다. 대검 과학수사과는 천 화백이 그림을 그리다가 지문 등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2009년 독일 무명화가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아름다운 공주’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지문이 발견돼 화제가 된 해외 사례도 있다. 이 그림은 미술계의 다양한 추가 검증을 거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검찰의 의뢰를 받은 국과수는 X선, 적외선 등 특정 파장의 빛을 이용해 위작 여부를 가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X선으로 물감이나 도료, 화폭의 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검찰은 비교 검증을 위해 지난달 26일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천 화백의 진품 그림 5점을 압수해 곧바로 국과수로 보냈다. 검찰은 국과수의 분석이 끝난 27일 밤 그림을 반납했다. 검찰은 천 화백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고유의 패턴’을 파악해 위작 의심을 받는 미인도와 비교하는 작업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그렸다고 진술한 위조 화가 이모(39)씨는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구속됐다. 이씨는 현모(66·구속기소)씨와 함께 2012년 2월부터 11월까지 이 화백의 그림 50여점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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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