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위작 논란에 휩싸인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대상으로 유전자(DNA)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국내에서 미술작품 감정을 하면서 DNA 분석을 하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천 화백은 생전에 그림을 그릴 때 물감 등을 손으로 섞어 만든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에 천 화백의 DNA가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의 미인도는 1991년 전시회에 출품되면서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당시 그림을 소장했던 현대미술관은 천 화백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직접 본 천 화백은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다”고 부인했었다. 지난해 천 화백이 별세하자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는 지난 4월 현대미술관장을 비롯한 6명을 사자 명예훼손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지난달 8일 미인도를 소장해 온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이 그림을 제출받았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작품 감정을 의뢰했다. 또 감정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 DNA 분석도 맡겼다.
천 화백은 아교에 석채(돌가루), 분채(가루물감) 등을 섞어서 만든 재료를 썼다. 검찰은 석채와 분채를 손으로 섞는 과정에서 천 화백의 DNA가 일부 혼합됐고, 그림에 미세하게나마 남아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천 화백의 DNA가 나오면 진품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제삼자의 DNA가 검출되면 위작으로 의심할 수 있다. 대검 과학수사과는 천 화백이 그림을 그리다가 지문 등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2009년 독일 무명화가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아름다운 공주’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지문이 발견돼 화제가 된 해외 사례도 있다. 이 그림은 미술계의 다양한 추가 검증을 거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검찰의 의뢰를 받은 국과수는 X선, 적외선 등 특정 파장의 빛을 이용해 위작 여부를 가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X선으로 물감이나 도료, 화폭의 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검찰은 비교 검증을 위해 지난달 26일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천 화백의 진품 그림 5점을 압수해 곧바로 국과수로 보냈다. 검찰은 국과수의 분석이 끝난 27일 밤 그림을 반납했다. 검찰은 천 화백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고유의 패턴’을 파악해 위작 의심을 받는 미인도와 비교하는 작업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그렸다고 진술한 위조 화가 이모(39)씨는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구속됐다. 이씨는 현모(66·구속기소)씨와 함께 2012년 2월부터 11월까지 이 화백의 그림 50여점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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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단독] 檢, 미인도에서 천경자 DNA 찾는다
입력 2016-07-0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