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압수수색 이후 23일 만에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취재진 앞에 서서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신 회장의 공식 사과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이후 네 번째다. 경영권 분쟁 당시 지난해 8월 대국민 사과를 한 뒤 9월 국정감사에서 사과했고, 지난달 미국 루이지애나주 롯데케미칼 합작사업 기공식에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사과했다. 신 회장의 공식 사과는 총수로서 짐을 떠안고 가겠다는 의미와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면서 현안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신 회장은 3일 일본 하네다발 대한항공 2708편을 통해 김포공항에 입국한 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6층 집무실에서 2시간가량 현안을 챙기고 퇴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4일부터 롯데그룹 정상 경영을 위해 근무할 예정이고 검찰 수사에도 성실히 협조할 계획”이라며 말을 아꼈다.
신 회장은 국내에서 경영 상황을 점검하며 계열사를 안정시키고,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공세에 맞서 ‘원 리더’ 자리를 지켜야 하는 험난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5일 도쿄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세 번째 표 대결에서 승리한 만큼 당분간 일본 쪽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무한 주총’을 예고했지만 현재로선 ‘엄포’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지킨 신 회장은 이제 검찰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계열사별 사업을 어떻게 챙겨야 할지 머리를 싸매야 하는 처지다.
검찰 수사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사업은 뒤죽박죽 꼬여 있다. 호텔롯데 상장이 실패로 돌아갔고, 롯데케미칼 역시 미국 액시올 인수를 철회하는 등 직접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연말로 예정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 재획득도 검찰 수사 탓에 희망의 불씨가 서서히 꺼져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신 회장이 당장 회사 경영에 신경 쓸 여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보다 자신을 정조준하고 들어오는 검찰 수사의 예봉이 더욱 두렵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우선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연루 의혹에 대해 “몰랐다”고 말하며 부인하는 전략을 택했다. 앞서 검찰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대가로 15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일 신 이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입점로비 외에도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인 신 이사장의 그룹 내 비리 의혹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회장이 그룹 전반의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수사 중인 내용의 상당 부분을 신 회장과 연결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신 회장은 회사 경영은 고사하고 검찰 수사에 대처하기도 바쁜 처지다. 그룹 내 핵심 인물들 소환 조사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신 회장 소환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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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나 최예슬 기자 spring@kmib.co.kr
험난한 시험대 괴로운 辛… 신동빈 소환여부에 촉각
입력 2016-07-03 18:11 수정 2016-07-03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