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저녁식사 뒤 오후 8시쯤 비서로부터 보고서를 건네받은 그는 백악관 개인 집무실에 틀어 박혀 나오질 않는다. 보좌진이 매일 골라준 시민들의 편지 10통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것도, 자신을 깎아내린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반박할 연설문을 고민하는 것도 모두 남들이 잠든 밤에 하는 일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일찍이 스스로를 ‘올빼미형 인간(night guy)’이라고 불렀다. 하루 일과가 끝난 뒤 백악관 개인 집무실에서 새벽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측근들의 증언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뒤 줄곧 가져온 ‘심야 혼자만의 시간’을 3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낮’ 일과는 아내 미셸과 딸 말리아, 사샤와 함께하는 오후 6시30분 저녁식사 뒤에 끝난다. 2014년까지 백악관 전속 요리사였던 샘 카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식사를 끝내면 자신과 함께 매일 사저 3층에 있는 휴게실에서 45분간 ‘에잇볼’(eight-ball·당구의 일종)을 즐겼다고 소개했다.
보좌진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은 보스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전 1시가 넘어서도 종종 측근들에게 “깨어 있냐(Are you up)?”고 메일을 보냈다. 플로리다주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에도 벤저민 로드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과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수석보좌관은 자정을 30분 넘긴 시간에 대통령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테러와 관련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을 비난한 데 대해 반박 연설문 재교정을 끝냈으며 아침에 출근해서 이를 검토하라는 내용이었다.
코디 키넌 백악관 연설비서관은 지난해 6월 오후 9시에 퇴근해 집에서 피자를 시키자마자 대통령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그는 다시 백악관 대통령 사저 1층으로 달려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밤 11시까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총격사건 애도 연설문을 썼다. 키넌은 지난 3월 흑인인권운동사에서 중요한 ‘피의 일요일’ 50주년 기념일 연설문을 쓸 때도 자정에 백악관으로 다시 출근했다.
아내 미셸이 집무실에 종종 들르기도 하지만 대개 먼저 잠자리에 들러 자리를 떴다. 대통령의 밤을 함께 보내는 건 미셸이 아닌 소금에 절인 아몬드와 물이었다. 아몬드의 양은 자로 잰 것처럼 정확히 7개다. 매일 오전 2시쯤에야 잠에 들지만 아침 기상시간은 남들과 비슷한 오전 7시다.
밤새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밤은 대통령에게 생각할 시간인 동시에 ‘혼자놀이’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듀크대와 미 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팬인 오바마 대통령은 스포츠채널 ESPN을 종종 시청했다. 아이패드로 온라인 단어게임 ‘워즈 위드 프렌즈(Words With Friends)’를 하거나 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읽었다. 금요일 밤에는 미셸과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 ‘왕좌의 게임’ ‘브레이킹 배드’ 등을 시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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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해 지면 기지개 켜는 오바마의 진짜 백악관
입력 2016-07-0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