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롯데피에스넷, ATM기 롯데알미늄 통해 사들여… 롯데알미늄, 앉아서 중간수수료 41억원 챙겼다”

입력 2016-07-04 04:01

롯데그룹 계열사들을 이미 압수수색한 검찰이 금융권을 통해 계열사 6곳의 거래 상대방 정보, 수표·외환거래 내역, 점포 CCTV 화면까지 확보하려는 것은 결국 석연찮게 조성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촘촘히 재구성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롯데그룹 계열사 여러 곳에서 수사에 대비해 삭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꾀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금융권에 제출을 요구한 6개 법인계좌의 금융거래 기간은 2009년부터 지난해에 걸쳐 광범위하다. 검찰이 이 시기 문제성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하는 밑그림의 핵심은 결국 롯데피에스넷이다. 검찰은 금융권에 보낸 요구서에서 롯데알미늄을 ‘롯데피에스넷이 부당 지원한 회사’라고 기재했다.

“롯데알미늄을 끼워넣으면 안 되나”

검찰은 롯데피에스넷의 법인계좌 관련 정보를 요구하며 김선국 전 대표를 피의자로 명기했다. 검찰이 추적하는 롯데피에스넷의 금융거래 기간은 김 전 대표의 재직 시기(2010년 8월∼2012년 11월)와 거의 일치한다.

김 대표의 재직 시기 롯데피에스넷은 롯데알미늄(당시 롯데기공)을 통해 현금입출금기(ATM)를 여러 차례 사들였다. 롯데피에스넷은 2009년 9월부터 2012년 7월까지 롯데알미늄으로부터 총 3534대의 ATM을 구매했다. 하지만 당시 롯데알미늄은 보일러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였다.

롯데알미늄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네오아이씨피라는 회사가 제조한 ATM 1500대를 각 2220만원에 사서 롯데피에스넷에 대당 2310만원을 받고 팔았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같은 경로로 1630만원짜리 ATM 2034대를 롯데피에스넷에 1770만원씩 받고 팔았다. 롯데피에스넷은 거래 때마다 ATM들의 매입 대금을 롯데알미늄에 지급했지만 실제 입출고는 네오아이씨피라는 회사와의 사이에서 이뤄졌다.

이런 식으로 롯데알미늄이 앉아서 챙긴 중간수수료는 41억5100만원에 달했다. 수요 업체가 제조사로부터 직접 ATM을 사는 것이 통상적인 거래 관행이었는데, 괜한 유통비용이 발생해 롯데알미늄의 이익으로 돌아간 꼴이었다. 대폭 지원을 받은 롯데알미늄의 당시 최대주주는 일본롯데 계열사 중 한 곳인 L2투자회사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해 이러한 중간수수료 거래 뒤에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음을 2012년 7월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ATM 제작 방안 보고 당시 ‘그럼 기공을 끼우면 안 되나’라는 현 회장과 부회장의 찬조 발언이 있어 기공을 끼운 것”이라고 자기 직원에게 이메일로 설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실 돌려막기, 돈은 어디로 갔나

검찰이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한 나머지 롯데닷컴·코리아세븐·롯데정보통신은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법인들이다. 롯데피에스넷은 2010년 8월과 2012년 12월, 2013년 12월, 2015년 7월 등 네 차례에 걸쳐 주주배정 증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때마다 수십억원씩 들여 출자에 나서준 롯데닷컴·코리아세븐·롯데정보통신은 3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ATM 매입 과정에서 롯데알미늄 부당 지원에 나섰던 롯데피에스넷이 영업손실을 겪자 계열사들이 나서서 자금을 지원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 같은 도움에도 롯데피에스넷은 현재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인 자본잠식 상태다. 검찰이 지난달 이들 계열사를 압수수색하자 금융권에서는 거듭한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 참여 배경을 수사하는 것이라고 관측했었다.

압수수색에서 제외됐던 금융 계열사인 롯데캐피탈 역시 롯데피에스넷과 깊이 관계돼 있다. 검찰은 금융권에 보낸 금융거래 정보 요구서에서 롯데캐피탈에 대해서는 ‘롯데피에스넷에 채권 보유’라고 적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은 롯데피에스넷에 지난해 말 현재 61억여원의 채권이 있다. 이 채권 현황은 2011년 말에는 568억원에 달했다.

2004년부터 롯데캐피탈을 경영하는 고바야시 마사모토 대표는 롯데그룹의 자금 조성·이동 상황을 가장 잘 아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롯데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겸하고 있다. 검찰은 한·일 사법 공조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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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노용택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