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험 회사채 사들이기 산은, 2년간 5000억 투입

입력 2016-07-03 18:36
산업은행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중위험(BBB∼A등급) 회사채 인수에 앞으로 2년간 최대 5000억원을 투입한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구조적 위험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신용보증기금도 최대 1조4000억원 규모의 신(新)유동화 보증프로그램을 통해 투기등급(BB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을 지원한다. 지원 프로그램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3일 이런 내용의 회사채시장 개선 및 기업 자금조달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 방안은 대기업·저위험 채권에 편중된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3년 동양 사태 등이 발생한 후 중소·중견기업의 중위험 채권 발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A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 비중은 2012년 말 40.2%에서 지난해 말 22.9%로 감소했다. 중위험 회사는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렵고, 발행해도 잘 팔리지 않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정부는 우선 산은이 참여하는 회사채 인수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회사채를 산은이 총 발행규모 30% 이내에서 인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입 채권은 산은이 만기 보유하거나 높은 신용등급의 유동화 증권으로 전환해 시장에 매각할 계획이다.

산은의 지원은 당초 정부가 마련했던 제도 개선 방안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금융위 이형주 자본시장과장은 “기업 구조조정, 브렉시트 등에 따른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컨틴전시 플랜으로 수립했던 정책금융 지원책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선·해운업 부실채권을 다량 보유한 산은이 중위험 채권 인수에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보도 BB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 지원에 2018년까지 최대 1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기존의 보증 프로그램을 포함하면 최대 4조원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게 금융 당국 설명이다.

기업의 회사채 발행 수단도 다양화한다.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도 매출채권 등 담보물을 바탕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주식, 부동산 등이 있어야 담보부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 기업은 정수기 렌털 비용 등의 매출채권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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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