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에 새가 충돌하는 사고가 5년 만에 1.5배 가까이 늘었다. 항공기가 비상착륙할 정도로 위험한 사고지만 정부나 국내 공항 측은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16일 경기도 수원에서 공군의 F-5E 전투기가 비상착륙했다. 원인을 조사해보니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로 불리는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였다. 지난 1월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진에어 여객기가 이륙 직후 새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공항으로 회항했다. 영남권 신공항 선정 과정에서 경남 밀양 입지의 경우 조류 충돌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논쟁거리로 등장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8㎏ 새가 시속 960㎞로 비행하는 항공기에 부딪힐 경우 약 64t 무게의 충격이 발생할 정도로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는 위험하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국내 공항에 충돌 사고 방지를 위해 조류 퇴치 인원을 배치하고 있다.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인천국제공항에는 30명, 김포공항에는 15명이 배치돼 있다.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새를 쫓기 위해 공포탄을 쏘는 게 주 업무다. 폭음기를 틀거나, 조류 번식을 막기 위해 공항 주변 논밭과 배수로에 그물망을 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국내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는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3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는 2010년 119건에서 지난해 287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5월까지 벌써 96건을 기록했다. 공항 측이 공포탄을 쏘는 등 새의 접근을 막는 조치를 하는 공항구역 안에서 발생한 사고도 지난해 67건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새가 항공기 엔진에 부딪히는 사고가 30% 정도(지난해 73건)로 가장 많다. 경희대 한국조류연구소 홍미진 연구원은 지난해 공항안전 및 전력기술 세미나에서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로 국적 항공사들이 연간 150억∼200억원의 피해를 보는 것으로 추산했다.
조류 퇴치 활동에도 불구하고 조류 충돌 사고가 계속 늘고 있지만 정부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 구역 안에서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 예방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공항 구역을 벗어나 발생하는 사고는 예방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류 전문가들과 조류충돌 예방 위원회를 만들고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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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항공기-새 ‘아찔한 충돌’ 5년 새 1.5배 ↑
입력 2016-07-03 18:01 수정 2016-07-03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