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대 회계 조작’ 지시 여부 조사… 고재호 前 대우조선해양 사장 7월 4일 소환

입력 2016-07-03 18:35
고재호(61)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5조원대 회계사기 혐의로 4일 검찰 조사를 받는다. 남상태(66) 전 사장 구속 5일 만에 후임 최고경영자까지 검찰 조사실에 앉게 됐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4일 오전 9시30분 고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의 재임 기간(2012∼2015년)에 순자산 기준으로 모두 5조4000여억원의 회계 조작이 저질러진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이 기간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김갑중(61·구속) 전 부사장은 지난달 25일 구속됐다.

검찰은 대우조선의 회계사기가 고 전 사장 등 회사 고위층의 지시에 따라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해양플랜트 건조사업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회사가 수주한 주요 프로젝트에서 예정원가를 임의로 축소하고,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과대계상하는 방법 등이 동원됐다. 검찰은 특히 대우조선 측이 목표 실적에 부합하는 영업이익 수치가 나올 때까지 아무 숫자나 집어넣고 시뮬레이션을 반복해 원하는 결과를 내는 ‘주문생산형’ 회계 부정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조작된 회계 자료를 토대로 한 회사채·기업어음 발행, 금융권 대출 실행 등 2차 범행에는 사기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대우조선의 분식회계에 속은 금융피해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우조선 임원들이 부실을 은폐한 채 고액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경위도 추궁할 계획이다. 고 전 사장도 2012∼2014년 7억1000만원을 성과급으로 챙겼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구속한 김갑중 전 부사장을 통해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재임 기간(9년) 전체의 회계사기 혐의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며 “비리의 구조를 밝히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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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