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서울숲 일대에는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이 모여 만들어진 ‘소셜벤처밸리’가 있다. 사회 혁신을 꿈꾸는 청년사업가들이 하나둘씩 터를 잡으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회적기업가의 성지’로 불리는 이곳에는 기독교 정신에 기초한 사회적기업가들을 키우는 공간도 있다. 공유사무실과 공유주택이 결합된 복합공간 ‘심(SEAM)센터’다. 낡은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한 이곳에선 기독청년들이 주거·사무공간을 함께 사용하며 ‘세상을 선하게 바꿀 기업’을 세우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기독청년 사회적기업가 위한 위로·공감의 공간=심센터는 성수1가2동주민센터 뒤쪽 다가구주택과 모텔, 디자이너숍이 혼재된 낡은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외관은 새로 지은 카페처럼 보인다. 지난달 29일 오후에 찾은 이곳엔 청년 5명이 공유사무실에서 자유롭게 각자의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곳 센터장은 사회적기업 컨설팅기업인 임팩트스퀘어 대표 도현명(33)씨다. 심센터를 위탁경영하고 있는 도 센터장은 대형 포털사이트 게임부문에서 일하다 2009년 사회적경제 분야에 뛰어들었다. 심센터는 도 센터장처럼 서울숲 인근에서 사회적경제 부문에 종사하는 신앙인들의 모임 ‘비욘드임팩트’에서 태동했다.
“서울숲에 모인 사회적기업가 중 20% 정도가 기독교인이더군요. 의기투합해 서로 기도해주다 2014년쯤 ‘기독교 가치를 품은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아직 생소한 분야여서 창업한 뒤 혼자 고민하고 외로워하다 그만두는 청년들이 적지 않거든요. 이들을 위로하고 지지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바람은 비욘드임팩트 구성원과 뜻을 같이하는 더작은재단 오승환 대표의 후원으로 가속도가 붙었다. ‘사회적기업가 정신과 선교(Social Entre preneurship And Mission)’의 영어 이니셜을 따 심센터라고 이름지은 이 공간은 지난 4월 정식 개관했다.
◇‘좋은 누룩’처럼 선한 영향력 끼칠 기독청년 키운다=심센터는 기독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주거·사무공간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65㎡(50평) 규모의 주거공간 ‘쉐어하우스’에는 6명의 청년이 생활 가능한 개인방과 공용공간이 마련돼 있다. 공유사무실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최대 25명이 모일 수 있는 사무공간과 회의실이 갖춰져 있다. 사무공간은 수요일 점심시간엔 인근 직장인들의 예배처소로도 활용된다. 일과 중 언제든 기도할 수 있도록 골방 형태의 개인기도실도 있다. 쉐어하우스 이용자는 공간이 날 때마다 새로 선발하며, 코워킹 스페이스는 별도의 이용신청 후 사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으로는 ‘굿 이스트(GY·Good Yeast) 펠로우십 및 스쿨’을 운영한다. GY펠로우십은 창업아이템은 있지만 초기자금이 부족한 기독청년에게 최대 2년간 자금을 후원한다. 여기에 선정되면 심센터 공간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 전문가의 멘토링도 받을 수 있다. GY 스쿨은 개인의 영성과 소명을 사회적기업가 정신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를 주제로 4∼6주간 열리는 공개강좌다. 자신의 소명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대학생과 2∼5년차 사회초년생을 위해 기획됐다. 목요일 저녁마다 성경적 관점으로 책을 읽는 모임, 그림그리기 반, 오전 큐티 모임도 개설해 청년들이 영성을 키우고 지친 마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관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이용료가 저렴한 데다 프로그램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이용 문의는 꽤 많은 편이다.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다음 달에는 심센터 근처에 사회적기업을 위한 4층 규모의 사무용 빌딩 ‘심오피스’를 새로 연다. 심오피스는 비기독교인 사회적기업가도 입주해 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
심센터의 목표는 하나님께 받은 긍휼의 마음을 사회에 구현하는 기독청년 사회적기업가를 키우고, 누구나 알만한 성공사례를 배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더 많은 기독 실업인과 청년들이 만나도록 돕는 한편 사회적기업가들이 교제할 수 있는 만남의 장도 늘릴 계획이다.
도 센터장은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기독청년에게 같은 소명을 가진 동역자가 세상에 정말 많다는 걸 꼭 알려주고 싶다”며 “이들에게 심센터가 든든한 플랫폼이자 희망의 표지가 되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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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좋은 누룩’ 같은 기독 청년기업가 양성의 요람
입력 2016-07-03 21:00 수정 2016-07-04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