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사진) 회장이 작심하고 주력 계열사 CEO들에게 채찍질을 하고 나섰다. 최 회장은 대내외 경제 전망이 암울하고,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Sudden Death·돌연사)해 사라질 것이라고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하반기까지 계열사별로 혁신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현 경영 환경 아래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슬로(Slow)가 아니라 서든데스가 될 수 있다”며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18개월 연속 수출 감소 등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경영 상황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지시한 것이다.
이날 회의는 예정에 없던 것으로 통상 SK그룹 CEO 세미나는 10∼11월 하반기에 열렸다. 회의에는 SK텔레콤 장동현 사장, SK하이닉스 박성욱 사장 등 16개 주력 관계사 CEO 및 관련 임원 40여명이 참석했다.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에 무선 마이크를 달고 연단에 오른 최 회장은 각 계열사들을 향해 날 선 지적을 쏟아냈다. 최 회장은 “현실의 SK그룹은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낮고 대부분 관계사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10개 주요 상장 계열사들의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다. SK이노베이션과 SK케미칼 등 4개 계열사는 지난분기 연결 기준으로 ROE 7%를 넘기지 못했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으로 얼마의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ROE가 7% 미만이라는 뜻은 10억원의 자본을 투자해 7000만원의 이익도 내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ROE 10%를 넘긴 SK계열사는 SK머티리얼즈를 비롯해 5개였다.
주가와 기업의 1주당 순자산가치를 비교한 PBR 수치는 더 암울하다. 지난분기 연결 기준으로 SKC와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6개 계열사들의 PBR은 1 미만이었다. PBR이 1 미만이면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SK 임직원들이 스스로도 행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 간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는데, 진짜 전쟁이라면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3일 “지난해 하반기에 각 계열사들에 ‘파괴적 혁신’을 주문했는데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최 회장이 각 계열사들에 자성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CEO들은 이날 최 회장으로부터 ‘3가지 숙제’를 받았다. 최 회장은 우선 “환경이 변하면 돈 버는 방법도 바꿔야 하는데 과연 우리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팔지 등 사업의 근본을 고민해봤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에게 익숙한 출퇴근 문화에서부터 근무시간, 휴가, 평가·보상, 채용, 제도·규칙 등이 과연 지금의 변화에 맞는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며 ‘일하는 방법’의 변화를 촉구했다. 중장기적 변화를 준비하기 위한 자산 효율화 방안도 과제로 제시했다. 계열사 CEO들은 10월 말쯤 열릴 ‘하반기 세미나’ 때까지 이에 대한 혁신안과 실천 계획을 내놔야 한다.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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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최태원 SK 회장 “혁신하지 않으면 서든데스… 일하는 문화부터 바꿔라”
입력 2016-07-0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