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도대체 컨트롤타워가 있는지, 일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든다. 1일 나온 ‘정부 합동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세부이행 계획’에는 ‘향후’ ‘미정’ ‘부처 간 협의’ 등의 단어가 수시로 튀어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게 지난 5월 10일이었는데 부처간 협의가 얼마나 이뤄지지 않았는지 중요한 결정들은 모두 다음으로 미뤄졌다. 나빠지고 있는 고농도의 미세먼지를 국민들에게 당분간 계속 마시라는 말과 다름없다.
단기적으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은 단연 경유가격 인상을 포함한 교통수요(교통량) 감축 방안이다. 수도권 초미세먼지 발생원 가운데 경유를 쓰는 운송수단의 비중이 45%에 이르는 데다 가격 인상 등 효율적인 정책 수단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 조정 방안은 국책연구기관들의 공동 연구를 거쳐 내년 6월까지 마련키로 했다. 그때까지 합리적 조정안을 마련한들 대선을 앞두고 과연 시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유가격 인상 방침과 대략적 인상폭은 지금 당장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경유 승용차 판매 증가세에 제동을 걸고 경유차 주행거리를 줄일 수 있다.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의 폐쇄·연료전환 계획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별도로 5일에 구체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더 중요한 과제는 전체 화력발전 비중을 낮춰가는 것인데 이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다. 즉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더라도 2029년까지 20기를 추가 건설키로 한 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은 더 높아진다.
또 친환경차 보급에 3조원, 충전 인프라에 7600억원,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에 1800억원 등 5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계획에도 재원조달 방안이 없다. ‘예산 당국과 협의해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세부 이행계획의 발표 주체는 정부 합동이고, 여기에는 기획재정부도 들어가 있다. 이는 기재부가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돈을 주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세부대책이 부처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급조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05년 이전 출고된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새 승용차를 사면 개별소비세를 6개월간 70% 감면(한도 100만원)한다는 인센티브제는 본말이 전도됐다. ‘새 승용차’에 규제 대상인 ‘경유차’도 포함되기 때문에 인센티브가 미세먼지 오염을 오히려 부추기는 역(逆)선택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물론 노후 화물차와 경유버스 조기 폐차가 시급하지만 신차와의 가격 차이가 워낙 커서 막대한 예산이 든다. 전기차 개조, 사업용 경유차의 LPG 차량 전환 등도 마찬가지여서 5∼10년 단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지금 시점에서 경유가격 인상이 가장 중요한 대책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사설] 다음 정부까지 독한 미세먼지 그냥 마시라는 소린가
입력 2016-07-03 17:18 수정 2016-07-04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