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지방] 두 은행 이야기

입력 2016-07-03 19:14

신한은행은 1982년 재일교포들의 자본으로 설립된 최초의 민간자본 은행이었다. 손수레를 끌고 시장을 찾아가는 식의 영업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조흥은행까지 인수했다. 덕분에 내년이면 창립 120년이란 역사까지 지니게 됐다. 신한은행의 역사를 얘기하자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창립 멤버인 라 전 회장은 재일교포 대주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무려 19년간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켰다. 신생 은행을 최고로 일으켜 세운 주역이라 할 만하다.

라 전 회장의 퇴진은 명예롭지 못했다. 2010년 자신의 후임자로 꼽힌 이들을 배임혐의로 고소한 사건이다. 비정상적인 대출과 정치 비자금 의혹까지 얽힌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대주주들은 라 전 회장을 포함한 최고경영진 3인을 일본 오사카로 불러들여 모두 경질했다. 신한 사태는 조직을 장악한 경영인도 경영에 문제가 있으면 회사와 대주주에게서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고, 대주주는 전문경영인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교훈을 직원들에게 각인시켰다. 그 덕분인지 신한은행은 조선·해운업 부실 사태에서도 비교적 리스크 관리를 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1년부터 조선업 대출을 줄여왔다고 한다. 자산이나 지점 수 등에선 더 큰 은행들이 있지만, 수익성과 안정성에선 신한은행이 독보적이다.

비슷한 시기에 동화은행이 있었다. 1989년 이북5도민 자금으로 문을 열었으나 1998년 문을 닫았다. 한보철강, 진로, 미도파 등 부실기업에 내준 대출 때문에 위기에 몰려 결국 신한은행에 팔렸다. 옛 동화은행 직원들은 아직도 퇴출을 억울하게 생각한다. 부실대출은 정부가 요구한 것이었고, 매각도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결국 주주와 직원들만 책임을 뒤집어쓴 셈이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요즘 벌어지는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부실대출 논란을 지켜보니 왠지 두 은행의 엇갈린 운명이 떠오른다.

김지방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