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와 처남 이창석씨가 벌금을 미납해 서울구치소에서 하루 400만원짜리 노역을 하고 있다. 통상 노역 일당이 5만∼10만원인 일반인보다 하루에 40∼80배의 벌금액을 줄일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씨와 이씨가 각각 벌금 38억6000만원과 34억2950만원을 내지 않아 서울구치소 노역장에 유치했다고 1일 밝혔다.
전씨와 이씨가 벌금의 일부만 내고 납부 의사를 포기하자 검찰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노역장 유치를 집행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거액의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40억원을, 이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4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전씨와 이씨가 벌금을 내지 않으면 1000일간 노역장에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일당 400만원짜리 노역이 된 것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형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형법 69조 2항은 벌금을 납입하지 않은 자를 3년 이하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형법 70조 2항은 벌금 1억∼5억원 미만이면 300일 이상, 5억∼50억원 미만이면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1000일 이상의 유치기간을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각각 벌금 40억원이 부과된 전씨와 이씨에게 가장 긴 노역장을 선고한 셈이다. 다만 법원이 약 27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전씨와 이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 적절했는지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고액 벌금 미납자의 ‘황제·귀족노역’을 막으려면 형법을 고쳐야 한다. 국회는 2014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하루 노역 5억원’ 선고에 대해 황제노역이라는 비난이 일자 형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70조 2항을 신설하면서 69조 2항을 고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전씨와 이씨의 귀족노역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초대형 금융·탈세사건이 빈발하면서 벌금액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현행처럼 유치기간 ‘3년 이하’를 고집하면 특혜 시비는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 국회는 국민의 눈높이와 형평성에 맞게 형법을 개정하기 바란다. 벌금 규모에 따라 3단계로 돼 있는 노역 유치기간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사설] 형평성에 맞게 刑法 고쳐 ‘황제·귀족노역’ 막아야
입력 2016-07-03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