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이 지난 1일 마지막 테스트 공연을 언론에 공개했다. 오는 8월 18일 개관하는 롯데콘서트홀은 지난 3월 24일 KBS교향악단을 시작으로 이날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까지 모두 14번의 테스트 공연을 실시했다. 오케스트라, 실내악, 성악, 재즈 등 다양한 장르와 편성에 따른 음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테스트 공연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채 롯데 계열사 임직원 및 가족들 초청으로만 이뤄졌었다.
이날 마지막 테스트 공연에서는 임헌정이 지휘하는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가 슈만의 ‘첼로 협주곡’ Op.129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들려줬다. 처음 들어본 롯데콘서트홀의 음향은 기본적으로 음색이 깨끗하면서도 잔향이 길어 소리가 풍성했다. 하지만 명료하게 들리는 고음에 비해 저음은 다소 소리가 뭉쳐서 들렸다. 게다가 좌석에 따라 소리의 차이가 컸는데, 무대에 가까운 비싼 1층 중앙 좌석보다는 저렴한 2층 중앙 또는 사이드 좌석에선 좀더 깨끗하게 들렸다. 특히 1층에서 다소 둔하게 들리던 현악 소리가 2층에선 명징하게 들렸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8∼10층에 자리잡은 롯데콘서트홀은 2036석 규모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다. 서울에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후 28년 만에 건립되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가능한 대형 클래식 전용홀로 1500억원이 들어갔다.
롯데콘서트홀은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는 빈야드 스타일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빈야드 스타일이란 계단식 포도밭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으로 1963년 독일 베를린필하모닉 콘서트홀이 처음 도입했다. 건축비가 많이 들고 음향 설계가 까다롭지만 입체적인 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일본의 산토리홀(1986년), 프랑스의 필하모니 드 파리(2015년) 등 20세기 후반 이후 지어진 세계적인 콘서트홀은 빈야드 스타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롯데콘서트홀은 산토리홀과 필하모니 드 파리의 음향설계를 총괄한 일본 나가타 어쿠스틱스가 맡았다. 이 때문에 클래식 팬들 사이에선 롯데콘서트홀의 음향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롯데콘서트홀의 음향에 대해 클래식계에서는 좀더 음향 조정이 이뤄지고 국내 아티스트들이 적응하면 매우 좋은 콘서트홀이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앞서 지난 5월 18일 테스트공연에 참가했던 서울시향의 최수열 부지휘자는 “예술의전당에서는 울림을 만들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했다면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자체적으로 울림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연주할 때 힘을 들이지 않고 고운 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서 “콘서트홀은 오케스트라에게 악기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롯데콘서트홀이라는 새로운 악기를 사용할 때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5월 28일 테스트공연에 참가했던 노부스 콰르텟은 “레퍼토리나 악기에 따라 소리의 편차가 있지만 좀더 섬세한 조정이 더해지면 그동안 국내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매우 좋은 콘서트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지은 콘서트홀에서 반사판 역할을 하는 나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길들여지면서 자연스러운 울림을 만들어내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 최고의 클래식 전용공연장으로 꼽히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역시 1988년 2월 개관 이후 한동안 목욕탕에 빗대 ‘예술탕’으로 불렸을 정도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소리가 자연스러워지고 아티스트가 적응하는 등 자리잡기까지 족히 3년은 걸렸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음향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연주가 시작되기 전과 끝난 뒤 관객 2000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병목현상이다. 자가용을 가지고 왔을 경우 지하 주차장에서 8층 콘서트홀까지 바로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4대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문제다. 주차장 입·출차도 매우 느려서 지난 1일 공연이 끝난 후 주차장을 빠져 나올 때까지 45분이나 걸렸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관객들이 가능하면 지하철이나 버스 등 공공 교통기관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차량이 몰렸을 경우엔 해법이 부족해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풍성한 음향… 좌석따라 소리의 차 커
입력 2016-07-03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