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영국… ‘솜 전투 추모’로 하나된 날

입력 2016-07-02 00:29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찰스 영국 황태자(오른쪽)가 1일 프랑스 북부 솜 전투 유적지에서 열린 100주년 추모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솜 전투에 참전한 영국군의 모습이다. AP뉴시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갈갈이 쪼개진 영국이 1일(현지시간) 하루만큼은 하나가 됐다. 이날 오전 7시28분 영국 전역에서 2분간 ‘묵념’이 엄수됐다.

1차 세계대전 중이던 꼭 100년 전 이 시간 프랑스 북부 솜(Somme)의 전선에서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독일군의 참호를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치열하고 참혹한 싸움으로 기록될 솜 전투의 시작이었다.

영국군은 일주일간의 포격으로 독일군 진지가 초토화됐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었다. 벙커와 방공호에 꼭꼭 숨어 큰 피해를 입지 않은 독일군은 지뢰를 힘겹게 제거하며 돌격하는 영국군에게 소나기 같은 기관총탄을 퍼부었다. 이날 하루에만 영국군 사망자는 1만9240명에 이르렀다. 전체 사상자는 5만7000명을 넘었다. 영국전사에서 하루에 기록된 최대 희생이었다.

이후 11월 초까지 4개월간 지속된 이 전투로 영국군과 프랑스군, 그리고 적군 독일군을 합쳐 사상자가 100만명을 넘었다. 사망자만 30만명에 달했고 이 중 영연방군 사망자는 9만여명이었다.

마을 단위로 징집됐던 영국군은 이 전투로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소멸되는 참극을 빚었다. 대가 끊겨버린 것이다. 역사가들은 1차 대전 프랑스군의 최대 격전지가 베르됭이었다면 영국군에게는 솜이었다고 평가한다.

프랑스 티에발의 1차 세계대전 전몰장병 묘역에서 열린 솜 전투 100주년 추모식에는 영국의 찰스 황태자, 윌리엄 왕세손, 케이트 비, 해리 왕자 등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참석했다. 프랑스 측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등 정부 요인들이 함께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밤에 웨스터민스터사원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했다.

찰스 황태자는 추모식에서 1917년 솜 전투 현장을 방문한 존 매스필드의 시를 낭송하며 당시의 공포를 상기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이날은 우리 역사 중 가장 슬픈 날”이라며 “우리는 한 세대의 꽃을 이 전투에서 잃었다”고 애도했다.

영국 BBC방송과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주요 언론매체는 전날 추모 기도회부터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추모 열기를 고조시켰다. 솜 전투 첫날인 당시 전투 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보도하기도 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월드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