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다시 커지는 ‘독립의 꿈’

입력 2016-07-02 04:00
홍콩 시민들이 1일 빅토리아 파크 인근 거리에서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1997년 7월 1일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돼 홍콩특별행정구가 처음 수립됐다. 매년 7월 1일이면 홍콩 사람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이날을 기념한다. 한쪽은 식민지 반환으로 중국의 주권 회복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고, 다른 한쪽은 중국의 홍콩 자치권 훼손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인다. 홍콩은 2047년 6월 30일까지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도 1일 오전 8시 렁춘잉 홍콩행정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완차이 골든바우히니아 광장에서 홍콩 반환 19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다만 지난주 카우룽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2명을 추도하기 위해 축하공연을 취소하는 등 간소하게 진행됐다.

오후에는 홍콩 시민 수만명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거리행진과 반(反)중국 시위에 나섰다. ‘일치단결 홍콩수호’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렁춘잉 퇴진과 정치개혁을 요구했다.

2003년부터 매년 범민주파 세력이 열었던 대규모 시위는 2003년과 2004년에는 시민 50만명이 참여해 당국을 긴장케 했다. 하지만 매년 참가자 규모가 줄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참가자가 2만명 아래로 떨어지며 열기가 급격히 식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람윙키 홍콩 코즈웨이베이서점 점장을 비롯해 홍콩 출판업자 5명이 차례로 연락이 끊기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에 대한 반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최근 홍콩으로 돌아와 중국의 불법구금 행위를 폭로했던 람윙키는 시위대 선두에 설 계획이었지만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참가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 등 서방 언론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홍콩의 독립 가능성을 거론한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을 주도했던 학생 지도부가 지난 4월 민주·자결을 강령으로 설립한 정당 ‘데모시스토’(Demosisto·香港衆志)도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데모시스토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만료되는 2047년 이후 홍콩의 운명을 묻는 국민투표를 향후 10년 내 시행토록 추진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오는 9월 국회의원을 의미하는 입법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홍콩 독립 거론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독립 주장은 반역죄와 선동죄에 해당한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홍콩 민주화 세력 안에서도 홍콩의 독립보다는 일국양제 속 민주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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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