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들이 궁지에 몰렸다. 금융 권력을 차지해 온 이들이 대규모 부실과 구조조정 사태를 불러온 책임을 추궁당하고 있다.
이덕훈(서강대 수학과 67학번) 수출입은행장은 30일 국회 기획재정위 업무보고에서 조선업 부실 관리 책임을 추궁당하자 “최선을 다했다”며 “특별히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그는 의원들에게 “성과상여금만 1억원 넘게 받았다” “해외출장비를 취임후 2년만에 10억원 썼다” “3조원대 모뉴엘 비리에 비서실장이 연루됐다”며 “사퇴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민유성(서강대 경영학과 74학번) SDJ코퍼레이션 고문은 더 곤혹스러운 처지다. 그는 산은 행장 시절인 2008년 지인의 홍보대행사가 대우조선과 3년간 20억원대의 고액 계약을 맺은 사실과 관련해 특혜성 계약을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남상태 당시 대우조선 사장을 구속, 이와 관련된 혐의를 집중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1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을 사실상 연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가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국책은행 회장을 지낸 인물이 대기업 경영권 다툼에 뛰어든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금회는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경선 탈락 이후 서강대 75학번 중심으로 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금회는 2012년 대선 때 300명까지 회원이 불어났고, 국책은행의 수장을 배출하며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도 서강대 교수진이 경제정책을 주도해 서강학파로 불리기도 했다.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에서 물러나 국내에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홍기택 전 산은 회장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이다. 그는 산은 회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0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자금 투입을 결정한 것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이었다며 “당국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 말로 지시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정부 관계자는 “홍 부총재가 그 같은 주장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은 이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책임은 쏙 빼놓고 있다”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때 모피아(기획재정부 관료 출신 인맥)를 견제할 세력으로 주목받았던 이들이 이제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모피아와의 세력 다툼에서 판정패를 당했다기보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관치에 물든 금융산업을 개혁하기 위해 시장과 학계에서 수혈된 이들이 서금회였다”며 “이제 와서 자신들이 모피아에 맞서지 못하고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작은 권력에 취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고백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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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방 노용택 기자 fattykim@kmib.co.kr
[기획] 이덕훈·민유성·홍기택… 부실 원죄 ‘서금회 3인방’의 민낯
입력 2016-07-02 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