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1억 ‘한국작가상’… 만든 이와 수상자의 만남

입력 2016-07-03 19:05 수정 2016-07-06 19:56
상금 1억원의 ‘한국작가상’을 공모한 금보성 관장(왼쪽)과 수상자로 선정된 유휴열 작가가 서울 종로구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 작가의 수상기념 개인전은 8월 21일까지 열린다.

서울 종로구 북한산 형제봉 자락에 위치한 금보성아트센터는 옛 김흥수미술관을 2013년에 리모델링한 전시공간이다. 금보성(50) 관장은 형편이 어려운 화가나 신인 작가에게 무료로 빌려주고 홍보까지 대행해주면서 미술관을 '창작의 짐을 짊어진 자유로운 영혼의 쉼터'로 정착시켰다. 이와 함께 금 관장은 6개월 전 미술계에 이슈 하나를 던졌다.

상금 1억원의 ‘한국작가상’을 공모한 것이다. 국내 미술공모 사상 최고액의 상금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작가에 대한 심사기준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60세 이상의 작가 가운데 학연, 지연, 혈연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작품성만 평가한다’는 조건이었다. 60세 이상인 것은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어느 정도 구축하는 연령 기준이었다.

고충환 김종근 박영택 신항섭 전혜정 등 미술평론가와 이기영 월간미술 대표로 구성된 6명의 심사위원이 예심을 거쳐 본선에 올라온 작가를 대상으로 최종 심사 결과 유휴열(67) 작가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를 ‘한국작가상’으로 지목했다.

지난 주말 금 관장과 유 작가를 미술관에서 만났다. 금 관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피카소와 싸워볼만한 작가가 누가 있나요? 유 작가의 작업을 보세요. 세계적인 거장들과 대결해도 지지 않을 만큼 대단하지 않아요?” 이에 유 작가는 “피카소에 비유한 건 과분한 평가이지만 40년 동안 독창적으로 묵묵히 해온 작업을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금 관장은 7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기도 하다.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한글을 알리는 방법으로 문자그림을 그리다 화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시적 감수성을 살린 한글회화를 10년간 그려온 결실로 2011년 독일 평론가 금상, 2012년 프랑스 작가상, 2013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인 대상을 수상했다.

예술가는 예술가를 알아보는 법이다. 해외 전시에 참가하면서 세계에 내놓을 만한 작가 발굴의 필요성을 절감한 금 관장은 유 작가의 작업을 보는 순간 매료됐다. “한국미술의 저력을 제대로 응집해내기 위해 수십 년 동안 흔들리지 않는 예술적 신념으로 천착해온 원로작가를 조명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에 딱 부합하는 작업이기 때문이었다.

유 작가의 작품은 알루미늄 판을 잘게 잘라 연결시켜 인물, 동물, 꽃 등 형태를 만든 후 자동차 도료를 칠하는 식으로 제작된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어서는 설치미술 같다. 빛의 굴절에 따라 다양하게 빛나는 색감과 입체적인 리듬감으로 한국인의 흥과 한을 담아냈다는 평가다.

유 작가는 전북 전주에서 대학을 다녔고 그곳에서 작업한다.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하고 폭넓은 활동 역량을 보이고 있다. 그는 “그동안 한국의 정신적 원형을 나름의 조형성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더욱 새로운 방식으로 한국인의 감성을 세계에 알리도록 미학적 연구를 계속 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수상기념 개인전이 8월 21일까지 열린다. 초기 시절 회화부터 알루미늄 작업까지 50여점을 선보인다. 8월 7일 열리는 시상식에서는 미술평론가(김윤섭 김영호 김성호 신해송 고연수), 시인(김용택 안도현), 소설가(윤제학 안중국 신중선) 등 20명의 필진이 참여해 작가와 작품세계를 집중 소개하는 평론집이 출간될 예정이다(02-396-8744).

글·사진=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