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 한 사발 쭉 들이키면 정신이 좀 들 거야.” 들이키다, 자주 듣는 말인데, 위의 예문에서는 ‘들이켜면’이라고 해야 합니다.
‘들이키다’는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발을 조금씩 들이키세요’처럼 말할 수 있지요. 반대말은 ‘내키다’인데 ‘공간을 넓히려고 바깥쪽으로 물리어 내다’라는 의미입니다. ‘마당을 넓히기 위해 오래된 담을 내켜 쌓았다’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들이켜다’는 ‘물이나 술 등 액체를 단숨에 마구 마시다’라는 의미와 ‘공기나 숨 따위를 세차게 들이마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니 갈증이 풀렸다’ ‘맑은 시골 공기를 들이켜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같이 말할 수 있지요.
‘내키다’는 ‘들이키다’의 반대말 말고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내키지 않으면 관둬’처럼 말할 수 있지요. 또 ‘불길이 방고래로 들지 않고 아궁이 쪽으로 나오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군불을 때도 자꾸 내키기 때문에 방이 쉬이 따뜻해지지 않는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생각을 내게로만 자꾸 들이키지 말고 마음의 담을 싹 헐어버린 다음 이웃과 만나세요. 이해와 관용으로 가는 첩경(捷徑·지름길)일 것입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냉수 ‘들이켜고’ 물병 ‘들이키고’
입력 2016-07-01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