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선봉장’ 보리스 존슨, 英 차기 총리 불출마 선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진영 선봉에 섰던 보리스 존슨(52) 전 런던시장이 영국 차기 총리직과 보수당 차기 대표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출마가 확실시되던 그가 불출마 선언을 하자 영국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특히 그의 정치적 동지이자 브렉시트 캠페인을 함께 벌여온 마이클 고브(49) 법무장관이 존슨의 불출마 선언 1시간 전에 존슨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출마를 선언한 것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영국 BBC방송은 30일(현지시간) 존슨 전 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당에 필요한 리더십과 통합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선에 불참할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존슨은 “다음 보수당 대표는 당을 결속시키고 영연방을 세계적으로 높게 세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차기 대표 경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이날 정오(한국시간 30일 오후 8시)까지 출마 입장을 내야 했다.

이에 앞서 애초 존슨의 총리 출마를 지지해온 고브 장관은 직접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U 탈퇴 진영에서 존슨을 도왔던 고브는 출마선언을 하면서 “존슨이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향후 총리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들어 출마를 선언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지 일간 가디언은 “고브 장관은 지난주까지도 존슨의 총리선거 준비팀에서 핵심 인사로 일해 왔다”면서 “이런 그가 존슨을 비난하고 자신이 출마한 것은 뜻밖의 일”이라고 전했다. 또 고브가 출마 선언 직전 존슨과 통화하려 했으나 결국 통화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두 사람 간에 불화가 있었던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경쟁 선두에 있던 존슨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영국은 혼란에 빠졌다. BBC방송은 “존슨의 불출마는 예상치 못했던 극적인 반전”이라며 “당대표와 총리가 되겠다던 원대한 야심을 버린 존슨 덕분에 흥미로운 선거전이 펼쳐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존슨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영국 내부에서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 여론을 계산하고 정치적 수를 쓴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총리 선거는 이날 역시 출마선언을 한 테레사 메이(59) 내무장관과 고브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 장관은 출마 회견에서 “총리에 당선되면 올해 말까지는 EU에 탈퇴를 통보하지 않겠다”며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을 방침을 분명히 했다. 또 “제2의 국민투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메이는 국민투표에서는 잔류를 공개 지지했으나 캠페인에는 적극 참여하지 않은 채 브렉시트 찬반 진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들 외에 EU 탈퇴파에선 안드레아 리드섬(53) 에너지장관, 리암 폭스(54) 국방장관이 후보로 등록했다. EU 잔류파에선 스티븐 크랩(43) 고용연금장관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보수당의 차기 대표는 오는 9월 9일에 결정된다. 집권 보수당 대표는 자동으로 차기 총리가 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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