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서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가 잇달아 터지면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최대 선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의원들의 편법 채용이 최악의 청년실업과 맞물리면서 비판 여론이 비등한 데다 차제에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개혁 이미지’를 만드는 데 뛰어든 측면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 이어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등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가 꼬리를 물면서 여야 지도부가 몸을 낮추지 않을 수 없어서다.
장기적으로는 차기 정권 창출을 염두에 둔 이미지 경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은 갑질 논란이나 사회적 불평등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새누리당 한 수도권 의원은 30일 “의원 특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시늉으로라도 보여주지 않는다면 표심이 완전히 떠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30일 만찬 회동에서 국회의장 산하에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를 설치하고 불체포특권을 손보는 방안을 논의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다. 정 의장이 먼저 특권 내려놓기 특위를 제안하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체포동의안 72시간 자동폐기 조항’ 삭제도 논의 대상에 포함하고 특위 대신 자문기구 설치도 제안, 합의에 도달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자는 새누리당의 제안에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의원들이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일단 여론의 화살부터 피하자는 의도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다. 여권 관계자는 “20대 국회 들어서도 의원 특권 축소에 대한 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료 의원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곤 한다. 얼마나 의원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회 초반부터 정치개혁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의원들의 의지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고,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스케줄에 밀려 용두사미에 그칠 수 있어서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적 비판 여론이 높은 지금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또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문제가 반복된 만큼 이미 대책이나 법안은 나와 있고 이를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일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더민주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의 매제 관련 겸직금지 의무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최 의원의 매제인 장모씨는 17대 국회 때부터 최 의원실에서 근무했으며, 경제부총리 재직 시절 공공기관인 한국기업데이터 상임감사로 낙하산 임명됐고 연봉 2억원이 넘는 고위직임에도 2015년 10월 당시 최 의원실 보좌관으로도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겸직금지 위반 및 급여 이중 수령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내고 “장씨의 경우 1985년 8월부터 김일윤 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채용돼 근무하다 17대 국회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최 의원실에서 근무한 사실은 이미 밝혔다”며 “장씨는 2014년 9월 1일자로 최 의원 보좌관직에서 퇴직했으며 정당한 공모 절차를 거쳐 같은 달 9월 17일 한국기업데이터 상임감사로 취업했다.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더민주 추미애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시조카 비서 채용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시댁 부모님의 양녀로 들어오신 분의 자녀가 9급 비서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말 못할 시댁의 가족사지만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한방에 훅 갈라… ‘정치개혁’에 몸 낮춘 여야
입력 2016-07-0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