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南을 ‘민족’ 차원 아닌 ‘국가 대 국가’로 규정

입력 2016-07-01 04:02
북한이 한반도 내 ‘두 개의 한국’ 시도를 공식화하고 있다. 지난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노동당 통일전선부 외곽 기관이던 조국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을 폐지하고 국가기관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국평화통일위원회’로 재편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우리민족끼리’ 개념에서 국가 대 국가 개념으로 재편하는 시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 경우 남북 간 경제 격차를 인정하고, 정권 붕괴와 흡수통일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는 불안감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평통의 국가기관 승격은) 남한과 국가 대 국가 개념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면서 “과거 당 대남비서가 담당하던 남북대화 기능을 국가의 정상적 기구로 승격시켜 통일부와 회담 수위를 맞추려는 조치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장 ‘투 코리아’로 가지는 않겠지만 개성공단 중단 등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이 남북을 하나가 아닌 둘로 나눠서 보려는 조짐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15일 시간을 30분 늦춘 평양시간을 채택했다. 군사분계선(MDL) 지뢰 도발을 계기로 열린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을 보도하면서 이례적으로 ‘대한민국’ 호칭을 사용했다.

김 위원장 또한 7차 당 대회 총화에서 “상대방의 사상과 제도를 부정하고 일방에 의한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결국 통일이 아니라 전쟁을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우리는 우리식 사회주의가 가장 우월하지만 그것을 남조선에 강요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의 의도는 남과 북이 서로 체제를 인정하지 않으며 ‘남한’과 ‘북한’, ‘남조선’과 ‘북조선’으로 호칭하는 현 상황을 장기적으로 바꿔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북한은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남한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호칭하며 각자 체제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조평통의 국가기관화도 바로 이런 점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

정부는 조평통의 위상 변화를 통해 북한이 대남정책·대화 관련 조직을 일원화해 향후 대남 대화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7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통일 과업을 관철하고자 조평통을 활용하려는 것”이라면서 “통일전선 차원에서 유화 공세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남한의 통일부와 ‘격’을 맞추는 측면도 있다. 본격적 대화 공세에 앞서 우리 정부기관과 수평으로 대응되지 않았던 당 조직인 조평통 특성상 이따금 빚어왔던 ‘격’ 논란을 선제적으로 ‘정리’한 셈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비핵화 없이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북한의 전략적 선택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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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희 조성은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