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벨기에 자벤템 국제공항에 이어 28일(현지시간) 터키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테러가 발생하면서 공항 보안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다국적 여행객으로 붐비는 국제공항은 테러의 표적이다. 그러나 세계 주요 공항은 기내 테러방지에 초점을 맞출 뿐이어서 대부분 시설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공항 보안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자벤템 공항에선 테러범이 폭탄이 담긴 짐가방을 카트에 싣고 터미널 내부를 휘젓고 다니다 탑승수속을 하려고 몰린 여행객 옆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아타튀르크 공항에서도 폭탄조끼를 입고 소총까지 지닌 테러범이 대합실에서 총을 난사했다.
테러를 저지할 수 없었던 것은 대부분 공항에서 승객들이 항공사 데스크에서 탑승수속을 마치고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기 전까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안이 엄격한 미국도 비행기에 타기 전 한 차례 더 몸수색을 하지만 출입국 심사대 통과 전까지는 어떤 검색도 하지 않는다. 공항 안에 있는 상점과 식당은 여권과 비행기표가 없어도 들어갈 수 있다.
미 공영 라디오 NPR은 29일 “세계 각국 공항의 보안시스템이 이토록 허술한 것은 비즈니스 우선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 CNBC방송도 “반쪽짜리 보안시스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공항 출국장에서는 무장경찰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입국장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국장 역시 승객과 여행사 직원, 관광객으로 붐비지만 ‘기내 테러’만 신경을 쓰다 보니 제대로 감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출입국장의 메인 출입구 바로 앞에 택시나 여행사 차량이 설 수 있게 허용해 차량 폭탄테러나 테러범의 신속한 출입국장 진입을 돕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공항의 보안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CNBC방송은 대표적인 재설계 사례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선 승객이 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여행가방과 짐은 X선 검사를 받아야 건물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스코틀랜드 공항에선 차량 폭탄테러를 막기 위해 출입구와 도로 사이를 일부러 멀리 배치했다. 출입구 사이사이에는 차량이 진입할 수 없게 기둥을 세웠다. 이스라엘은 공항 안팎에 배치된 무장경찰이 의심스러운 승객을 임의로 불러 세워 소지품 검사를 한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과 승객 불편 때문에 ‘공항 접근통제’를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공항에 무장경찰을 늘려 의심스러운 승객을 면밀히 감시하고 경계수위를 높이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또 LA 국제공항처럼 건물 입구에서 무작위로 승객을 골라 표본 검색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테러범의 공항 진입을 주저케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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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기내 테러’만 신경… 주요 공항들 출입국장 무방비
입력 2016-07-0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