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이 난 지난 24일 장중 한때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던 코스피(KOSPI)는 30일엔 하락폭의 80%를 회복했다. 환율도 브렉시트 이전인 지난 23일 수준 근처까지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정도의 사건이 아니라고 평가했지만, 여전히 장기적인 불확실성은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안정 찾아가는 시장
지난 24일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영국의 국민투표 개표 결과가 오전 11시 공개되자 한국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코스닥시장에는 주식 매매가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원·달러 환율도 하루 만에 달러당 30원이 올랐다.
충격은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코스피는 주말이 지나자마자 회복하기 시작해 30일엔 1970.35로 장을 닫았다. 원·달러 환율도 28일부터 내려가기 시작해 30일엔 23일 수준과 거의 같은 1151.8원까지 떨어졌다. 브렉시트로 고조된 불안 심리가 한층 누그러지면서 다음주 초 정도에는 시장이 브렉시트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충격이 크지 않았던 것은 우선 브렉시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수준의 경제적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에선 브렉시트가 정치적 이슈이기 때문에 경제적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고, 길어야 2주 정도 지속될 것으로 봤는데 실제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또 “한국, 대만과 같은 신흥국은 영국에 경제 의존도가 낮은 편이어서 더 빨리 회복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 수출 중 영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1.4%밖에 안 된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나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브렉시트 이후 미국이나 일본보다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해진 것”이라며 “특히 과거에 비해 외환 부문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12억 달러 수준이던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3709억 달러까지 늘었다.
안심은 금물
한국 경제는 브렉시트 이후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안 교수는 “우선 지금으로서는 시장이 진정되겠지만 이후에 다른 유럽 국가가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식의 뉴스가 또 나오면 시장이 어떻게 출렁일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유럽에서 어떤 사건이 또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 자체가 금융시장에 남은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고 설명했다.
브렉시트의 경제적 충격은 잠시 소강상태를 지속하다가 3분기 말에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 국민은 브렉시트를 선택했지만 영국 정치인이 브렉시트를 선택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브렉시트 관련 이슈는 소강 국면을 거친 후 영국 총리가 바뀌는 3분기 말 이후부터 다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브렉시트가 실물경기 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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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브렉시트 후폭풍 (4)·끝] ‘공포’ 일단 멈췄지만… 3분기 말 다시 불거질 우려
입력 2016-06-30 18:01 수정 2016-06-30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