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봉산초등학교 급식 사진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불어터진 우동에 단무지 한 조각과 꼬치 하나, 볶음밥에 멀건 국과 김치 한 조각. SNS에서 사진을 본 이들은 “교도소 밥도 이것보다 낫겠다” “잔반인 줄 알았다”며 분노했다. 한창 성장할 아이들에게 이런 밥을 먹이는 학교가 제대로 된 교육을 했을지 의심스럽다. 학부모가 들고 일어날 때까지 이 학교를 방치한 대전시교육청이 제대로 된 정책을 펴왔을지 의문이 든다. 영양교사 한 사람의 잘못만으로는 결코 저렇게 부실한 식단이 나올 수 없다. 엉망인 학교 운영 시스템과 무능하고 안이한 교육 당국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일 것이다.
학부모들은 직접 급식실 위생 상태를 조사했다. 식탁 도마 배식대 등에서 오염 기준치보다 17∼33배 많은 세균이 검출됐다. 5, 6학년 학생 230명 설문조사에선 134명이 “밥·국·반찬에서 이물질이 나왔었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발견한 이물질은 머리카락 휴지 벌레 손톱 플라스틱 등이다. 아이들은 설문지에 “배식하는 아줌마들이 욕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아이들이 밥을 받아가며 “지랄하네. 그냥 처먹어 ××야” 같은 욕설을 듣는데 이 학교 교장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나.
학부모들은 지난해 초부터 급식 문제를 제기했다.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렸다. 대전서부교육지원청, 대전시교육청에 해결을 요구했지만 1년 반 동안 개선되지 않아 지난 27일부터 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론에 호소하려 급식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교육 당국이 지독하게 무능하거나 쉬쉬 덮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불량급식의 배경에는 영양교사와 조리원들의 오랜 갈등이 있었다. 그 뒤에는 이를 해결하지 못한 전·현 교장들이, 또 그 뒤에는 교육청 인사 관행이 있다. 대전교육청은 2012년부터 정년퇴직을 1∼2년 앞둔 교장을 이 학교에 배치해 왔다. 학급이 많은 학교에서 말년을 보내게 배려했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선 이들이 ‘잡음’ 없이 말년을 보내려고 급식 문제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지적한다. 세금으로 월급 받는 이들의 투철한 보신주의가 불량급식을 조리한 셈이다.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급식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누가 묵인하고 방조했는지, 당국은 왜 그토록 무능했는지 규명해 징계와 인사 조치를 해야 한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아이들을 찾아가 사과하라. 어른들이 이런 잘못을 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교육이다. 지난해 충암고 급식 비리가 불거진 뒤 서울시교육청은 50여개교를 상대로 학교급식 특정감사를 벌였다. 급식비 집행, 위생·안전, 영양관리 등에서 181건이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제2의 충암고, 제2의 봉산초가 분명히 더 있을 것이다. 각 시·도교육청이 학교급식 실태를 전수조사해 부실과 비리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사설] 설동호 교육감, 봉산초 아이들 찾아가 사과하라
입력 2016-06-30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