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승민에 “강연 와달라”… 野초선들, 당찬 ‘협치 실험’

입력 2016-07-01 04:11

야당 초선 의원들이 ‘발칙한’ 협치 실험에 나섰다. 야3당 초선 의원의 한 연구단체는 창립기념 특강을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에게 요청했다. 국민의당 초선 의원들이 만든 연구단체는 아예 유 의원을 회원으로 참여시켰다. ‘강성’이었던 19대와 달리 20대 야당 초선 의원들은 이념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의원 연구단체 ‘따뜻한 미래를 위한 정치기획’(정치기획)은 이달 초 당시 무소속이었던 유 의원을 창립 기념 특강 강사로 초빙했다. 이 모임은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국민의당 채이배,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야3당 초선 의원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형 복지 모델 연구를 위해 모인 이들은 유 의원으로부터 평소 그가 강조해 왔던 ‘중부담·중복지’ 모델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했다고 한다.

정치기획에 속한 한 더민주 초선 의원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모임은 유럽의 사민주의식 복지 모델을 연구하는 단체인데, 협치의 결정판인 스웨덴식 복지 모델을 보면서 합리적 보수 진영의 의견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여당 내에서 균형감 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 왔던 유 의원이 우리가 추구하는 여야 간 협치 모델을 만드는 데 가장 균형 있는 의견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야당 초선 의원 모임에 초청해주셔서 큰 영광이다. 초청에 응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지만 이해해줄 것으로 안다”며 “좋은 활동을 기대하고,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정치기획 측은 당시 새누리당 복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유 의원이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아 고사한 것으로 이해했다.

국민의당 초선인 오세정 신용현 의원이 만든 ‘국회 미래 일자리와 교육포럼’에도 유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책임연구 의원은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맡는다. 오 의원은 “미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야 간 협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경제 전문가인 유 의원의 의견과 조언이 필요해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 모임에는 더민주 김부겸 의원도 회원으로 가입해 여야 중도개혁 인사인 두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야당 초선 의원의 초당적 협치 움직임에 대해 새롭고 긍정적인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민주의 한 재선 의원은 “19대 초선 의원들은 국회 등원 직후 같은 해 치러진 대선을 준비하면서 여야 대결 구도의 선봉에 설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초선 의원들에게는 ‘야성’이 더 강조돼 협치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실제 19대 국회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하며 대여 강공 드라이브를 선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야당 초선 의원들이 외연 확장 시도 못지않게 개방적 당 문화 형성을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야당 초선 의원들이 무작정 진영논리를 넘어서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책 노선을 놓고 상대의 의견을 들어보려 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도 “집안에서는 폐쇄적이면서 외부적으로 유연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따라서 당 내부에서 개방적 정당문화 구축 노력을 병행해야 진정한 협치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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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