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미래를 내다보고 하늘로 떠나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별세

입력 2016-06-30 18:02 수정 2016-07-01 00:29

“21세기 문맹자란 실수를 알지 못해 다시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지식의 힘을 견지했던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사진)가 세상을 떠났다.

토플러재단은 토플러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29일 발표했다. 숨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자의 자녀로 1928년 뉴욕에서 출생한 토플러는 뉴욕대를 졸업하고 5년간 용접공으로 일하다가 저널리스트로 나섰다. 미 의회와 백악관 출입기자로 활동했고 경제지 포천에서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이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래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토플러는 제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옮겨간다고 주장하며 정보통신과 디지털 혁명을 예견했다. 1970년 저서 ‘미래쇼크’로 통찰력을 인정받으며 미래학자로서의 지위를 다졌다. 1980년 ‘제3의 물결’에서는 인류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제3의 물결인 정보화 혁명으로 간다고 예견했다. 1990년 ‘권력이동’에선 지식을 소유한 사람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6년 내놓은 ‘부의 미래’에서는 시간과 공간, 지식이 혁명적인 부를 창출하는 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조언했다.

컨설팅회사 액센추어는 2002년 토플러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지도자 8위로 꼽았다.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래학자로 지목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2006년 현대 중국을 만드는 데 기여한 외국인 50인 명단에 올렸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의 멘토로도 활약했다. 중국의 자오쯔양 전 총리, 구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게 영향을 줬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 당시 한국 정부는 토플러에게 보고서를 의뢰했다. 그는 ‘위기를 넘어서-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정보인프라 구축을 제안하며 “저임금을 바탕으로 성장한 한국이 미래 경쟁력을 갖추려면 혁신적인 지식기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근혜 대통령과도 2006년 만났다.

노년에는 경영 컨설팅 회사 토플러협회를 설립해 사업 컨설턴트로도 활약했고 코넬대 객원교수, 뉴스쿨 교수를 역임했다. 미국 뉴욕대, 마이애미대 등 5개 대학에서 과학, 문학, 법학 분야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특별회원으로도 등재됐다. 유족으로는 60년을 함께 산 부인 하이디가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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