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교회가 파견한 선생님 수업… 학생들 ‘엄지 척!’

입력 2016-06-30 21:00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초등학교 5학년 6반 학생들이 29일 마임이스트 이태건씨의 지도에 따라 마임을 배우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이씨가 한 학생에게 마임 요령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김보연 인턴기자
29일 오전 9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초등학교 5학년 6반 교실. 동그랗게 모여 앉은 26명의 학생들은 ‘마임테라피’ 강사인 마임이스트 이태건씨의 몸짓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수업 내내 재잘거렸다. 이날 주제는 보이지 않는 공과 벽을 마임으로 표현하고, 받고 싶은 생일선물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

이씨가 시범을 보이자 학생 대부분은 자신의 마임을 보여주기 위해 거침없이 손을 들며 참여했다. 친구의 다채로운 몸짓을 보는 아이들의 얼굴엔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임정빈(11)군은 “평소와 다른 새로운 수업을 친구들과 함께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박유진(11)양은 “선생님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수업을 해서 재미 있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날 수업을 참관한 담임교사 이슬기(27)씨는 “신체를 활용해 본인을 표현하는 수업이라 학생들이 평소보다 더 즐겁게 참여한 것 같다”며 “공교육도 좋은 프로그램이 많지만 오늘처럼 지역사회단체가 양질의 강사와 교육 활동을 지원해 준다면 학생들이 색다르고 뜻 깊은 수업을 더 많이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마임테라피 수업은 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회장 손달익 목사)와 학교 측의 공조로 이뤄졌다. 네트워크는 지난 27일부터 오는 8일까지 공교육 지원 프로그램인 ‘공감문화 정서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북가좌초 5학년 교실에 마임·컬러테라피 강의를 제공한다.

네트워크는 ‘지역사회 교육생태계 복원과 주일학교 부흥’을 위해 서울 은평구의 14개 교회와 지역주민 100여명이 합심해 2014년 설립한 비영리민간단체다. 지난해 8월 서울 서부교육지원청 및 대구교육연수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경기도, 전북 전주 등 6개 지역자치단체와 협력해 ‘건강한 학교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서울 은평구와 마포구에 지역교회 중심으로 구성된 지회를 두고 있다.

공교육 지원을 위해 네크워크가 학교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청소년 문화예술 정서지원 프로그램’과 ‘교사 공감힐링캠프’ ‘학부모 인문학아카데미’ 등 크게 3가지다. 위기 청소년이 증가하는 등 무너진 교육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을 모두 지원해야한다는 교육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현재 네트워크는 전국 32개 초·중·고교에 독서모임, 마임·음악테라피 등 청소년 정서·문화지원프로그램을 지원하고 25개교에서 학부모 인문학교실을 열고 있다. 교사를 대상으로는 ‘중학교 교장 리더스클럽’과 ‘교장연찬회’ 및 ‘공감힐링캠프’를 열어 감정 치유와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은평구와 함께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위해 ‘학교로 찾아가는 음악회’도 14개교에서 개최한다.

네트워크는 폭력과 자살로 고통 받는 청소년을 줄이고 쉼과 소통이 있는 교육을 위해 더 많은 학교에 정서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할 방침이다.

네트워크 팀장인 박현철 목사는 “교회는 지역사회의 일부로서 청소년을 보호하고 이들의 꿈을 지지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다”며 “네트워크와 협업하는 문화·예술·인문학 강사들을 공교육 현장과 연계해 양질의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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