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선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한국은행의 발권력이 동원되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민간 기업의 부실을 돈을 찍어내 메우는 전례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기됐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는 재정이 투입되는 게 마땅하다. 지금이라도 재정으로 해야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학자이기도 한 유 의원은 “중앙은행인 한은이 이대로 발권력을 동원한다면 기업 부실을 청소하기 위해 만든 산업은행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더민주 김부겸 의원은 “더는 중앙은행을 만신창이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했고,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도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인 부담을 안길 한은의 발권력 동원은 나쁜 전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발권력 동원의 근거로 한국은행법 제1조를 댔다. ‘한은은 통화신용 정책을 수행할 때에는 금융 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 총재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재정이 주도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금융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한은이 펀드에 동참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이 “자본확충펀드는 이 총재가 지난 5월에 던진 아이디어가 시발이 됐다”며 “정부와 중앙은행이 고심 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방어에 나섰지만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구조조정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한은에 손해를 끼친 경우 해당 회의에 출석한 모든 위원은 연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 동법 25조를 거론하면서 “이를 의결하는 금융통화위원은 추후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자본확충펀드는 1일 금통위 승인을 받으면 출범하게 된다.
같은 시각 정무위 전체회의에선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이 나빠지는 동안 산은은 4조2000억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다”며 “민간 은행은 대출을 줄이는데 산은은 오히려 늘리는 등 ‘눈 뜬 봉사’와 같았다”고 비판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주채권은행 수장으로서 면목이 없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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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돈 찍어 부실 청소, 온 국민에 부담”
입력 2016-06-30 17:57 수정 2016-06-30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