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정치는 책임지는 것’

입력 2016-06-30 19:18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막스 베버가 책임윤리를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한 말이다. 당 홍보 리베이트 의혹 사태와 관련해 대표로서, 정치인으로서, 총체적 책임을 지겠다는 표시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는 자신의 강의를 엮은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가에게는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존재한다고 봤다. 신념윤리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결과가 나쁘면 책임을 자신이 아니라 세상과 타인의 어리석음 또는 어리석은 인간을 창조한 신에게 돌린다. 책임윤리는 정치행위가 불러올 예측 가능한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베버는 둘 다 필요하지만, 정치가에게는 책임윤리가 더 중요하다 강조한다.

모든 선의가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그의 주장은 정치가의 책임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자기 행위(정치)를 예측할 수 있는 한, 그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극단적 사례이지만 베버가 이 강의를 한 지 꼭 20년 뒤(1939년) 아돌프 히틀러의 광기어린 신념은 독일 국민의 합법적 지지를 바탕으로 인류 최악의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베버는 정치가의 치명적 약점을 객관성의 결여와 책임성의 결여로 봤다.

안 전 대표가 어떤 의지를 갖고 대표직을 사퇴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년 대선에 나가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돼 있다. 베버의 책임윤리를 언급한 것을 보면 우리 정치에서 이 덕목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이게 가장 미흡하다는 것일 게다. 베버는 결론부분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란 열정과 균형적 판단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구멍 뚫는 작업이다. 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모든 희망이 깨져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의지를 갖춰야 한다.”

또 ‘철수 정치’라는 비판도 받으면서 정치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그가 구멍을 제대로 뚫을 수 있을까.

김명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