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체코 원정경기가 열린 지난 5일 프라하 에덴아레나. 무뚝뚝한 표정, 문신이 잔뜩 새겨진 팔, 190㎝의 큰 키로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선수가 전반 40분 한국의 두 번째 골을 넣었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돌파해 강하게 때린 오른발 슛으로 체코 골문 정중앙을 뚫었다.
이 선수를 막아선 체코의 마지막 방어선은 세계 최고의 골키퍼 페트르 체흐(34·아스날)였다. 하지만 체흐는 ‘막을 테면 막아보라’는 듯 체중을 잔뜩 실어 과감하게 때린 이 선수의 슛을 무기력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 저지할 수 없었다.
동유럽 체코의 거친 선수들마저 주눅이 들게 만들 정도로 위협적이고 저돌적이었던 이 선수는 금세 순한 양처럼 평온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들면서 하늘을 보고 통성기도를 시작했다. 경기의 시작과 끝, 그리고 골을 넣을 때마다 이 선수는 언제나 통성기도를 올렸다.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 석현준(25·FC포르투·사진)은 그렇게 ‘미션’을 수행한다.
석현준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새로운 미션을 안고 있다. 한국 축구의 올림픽 2회 연속 메달,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신태용(46)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공격수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 수비수 장현수(25·광저우 푸리)에 이어 나머지 한 장의 와일드카드로 석현준을 선택했다. 당초 손흥민을 공격수로 고정하고 경험을 가진 수비수 2명을 차출할 계획이었지만 소속팀의 비협조로 난항을 거듭하면서 방향을 틀어 공격수인 석현준을 추가로 발탁했다.
석현준은 측면 공격수인 손흥민보다 앞에 있는 최전방 공격수다. 필요한 순간마다 골을 넣는 ‘해결사’ 역할이 그에게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포르투갈 중동 등 다양한 리그를 경험했고, 유럽·남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체격조건을 가진 석현준에겐 가장 적합한 임무다. 석현준이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 올림픽 메달은 마냥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다.
신인 선수의 등용문이 되거나 와일드카드 선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올림픽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역시 석현준에겐 중요한 미션이다. 석현준은 지난 시즌 중 입단한 포르투갈 FC포르투에서 입지가 좁아져 올여름 이적을 준비하고 있다. 한차례 있었던 루마니아 슈테아우아 부쿠레슈티 이적 시도는 무산됐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터키 명문 갈라타사라이도 그 중 하나다. 터키 스포츠채널 스포륵스(Sporx)는 30일 “갈라타사라이가 석현준을 영입하기 위해 포르투에 이적료 300만 유로(38억원)를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갈라타사라이는 이스탄불 연고 구단이다. 적어도 유럽의 동부에서 적수가 없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단골 출전 팀이다. 터키 쉬페르리그에서 가장 많이 우승(19회)했고, 2000년에는 UEFA컵까지 정복했다. 석현준이 올림픽 메달권으로 근접할수록 몸값도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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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리우행 석현준이 잡아야할 두 토끼
입력 2016-06-30 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