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논란으로 어수선한 유럽에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있다. 프랑스에서 한창 진행 중인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의 훌리건(Hooligan) 난동이 그것이다. 축구장에서의 관중 난동은 19세기 근대축구가 성립될 때부터 있던 문제였다.
난동만 전문적으로 일으키기 위해 축구장을 찾는 훌리건이 생겨난 것은 1970년대부터였다. 빈부격차 심화, 사회복지 축소 등에 불만을 품은 젊은 실업자와 빈민층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폭동이 자행됐다. 1980년대에는 교통수단의 발달로 원정 응원문화가 정착했다. 이 때문에 홈팀 팬과 원정팀 팬들이 부딪힐 기회가 잦아졌다. 1985년 벨기에 브뤼셀 하이젤 경기장에서는 영국 훌리건들의 난동으로 관중석 스탠드가 붕괴됐다. 이 사고로 이탈리아 원정 응원팀 39명이 사망했다.
훌리건의 난동이 늘자 1970년대에는 한 대형 구단을 상대로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이에 따르면 한 시즌을 통틀어 경찰에 체포된 훌리건 수는 273명이었다. 경기당 평균 9명꼴이다. 물론 폭력에 가담한 모든 이들이 체포되지 않았기에 실제로는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유로 2016은 어떨까. 대회 초반 난동을 부린 훌리건 557명이 지난 21일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훌리건으로 악명이 높은 잉글랜드와 러시아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크로아티아를 비롯한 헝가리, 벨기에, 포르투갈 등이 훌리건 때문에 유럽축구연맹(UEFA)의 징계를 받았다. 대회에 참가한 24개국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8개국이 훌리건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동안 훌리건 방지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1990년대 이후에는 홈팀과 원정팀의 응원석 분리, 고정 관중석 설치, 수용인원 초과 시 입석 방지, 국제대회 시 경찰 병력 배치 등이 이뤄졌다. 그런데도 훌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났다. 그리고 대규모로 조직화됐다.
캐나다 외교관을 지냈던 스콧 길모어는 지난 22일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를 통해 유로 2016의 훌리건 사태를 유럽의 경제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는 알코올중독률이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높다. 술 소비도 지난 20년 동안 2배로 늘었다”며 대규모 훌리건을 주도한 러시아를 예로 들었다. 그는 “건강, 재산 등 삶의 질을 대변하는 지표와 유엔 인간개발지수, 글로벌 경쟁지수 등에서 러시아는 여전히 하위권”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2010년대 이후 유럽 경제 위기와 맞물려 청년층이 불만을 축구장에서 표출한다는 것이다. 최초 영국 훌리건들이 성행하게 된 계기를 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얘기다.
[관련뉴스]
☞
☞
☞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훌리건 난동의 뿌리는 경제적 위기감
입력 2016-07-01 18:16 수정 2016-07-01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