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채수일] 3·1운동 100주년을 준비해야

입력 2016-06-30 17:49

지난 6월 29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대표회장 김영주 한국기독교회협의회 총무, 사무총장 김광준 신부) 창립 30주년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화합으로 하나된 30년, 미래를 향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를 주제로 30년 역사를 회상하면서 축하하는 자리였습니다.

사실 종교 간 대화는 1960년대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후의 가톨릭교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세계교회협의회의 에큐메니컬운동에 참여하고 있던 크리스천아카데미의 강원용 원장이 1965년 10월 용당산호텔에서 대화 모임을 개최한 것이 종교대화의 시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대화 모임이 계기가 되어 1965년 12월 21일 한국종교인협회가 결성되었으나 통일교 문제로 야기된 파행으로 지지부진했다가 그 후 1986년 한국종교인평화회의가 조직되었습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1986년 6월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제3차 총회를 계기로 조직되었고,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는 1970년 교토에서 창립된 세계종교인평화회의(WCRP)의 제2차 루뱅 회의가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종교 간 대화가 처음부터 아시아와 세계적 네트워크 안에서 출발했고, 상호 배움과 협력의 틀을 유지해 왔다는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그 후 30년의 역사는 종교 간 적대감과 갈등이 내재해 있는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이웃 종교들의 상호 이해, 협력과 상생, 민족과 인류를 위한 봉사에서 그 어떤 단체보다 큰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사실 한국에서의 종교대화, 아니 종교의 차이를 넘어 하나가 된 역사적 사건은 1919년의 3·1운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3·1운동은 한민족의 항일민족독립운동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 아니 독립을 꿈꾸었던 모든 나라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시성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코리아를 ‘동방의 등불’ ‘내 마음의 조국’이라고 노래했던 것이 아닐까요? 우리나라를 ‘진실의 깊은 곳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나라, 맑은 지성, 무한한 생각과 행동으로 인류를 자유의 천국으로 인도하는 나라, 아시아 이웃나라들의 마음의 조국’이라고 고백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삼일운동이 목적한 것, 우리 민족의 온전한 자주독립, 97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그 목적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분단 극복과 민족의 평화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우리는 온전한 자주독립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허리 잘린 국토, 아직도 휴전 중인 나라,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의존적인 나라, 남북만이 아니라 동서로도 분열된 나라, 세대만이 아니라 계층마저 양극화된 나라를 아시아 이웃 나라들이 그들의 마음의 조국, 인류를 자유의 천국으로 인도하는 나라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3년 후면 우리는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을 맞게 됩니다. 시작은 종교인들이 했지만 후에는 민중운동으로 확대된 1919년의 3·1운동은 역사가 위로부터가 아니라 바닥으로부터, 중심부가 아니라 변두리에서부터 변혁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30년을 자축한 후 이제 3·1운동 100주년, 2019년의 3·1운동을 준비해야 합니다. 33인 민족대표 가운데 변절했던 기독교 지도자들을 기억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 100년 전의 3·1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종교들이 제2의 3·1운동에 먼저 나서길 기대합니다.

채수일 경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