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66·사진)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9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남 전 사장은 지난 27일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서 분식회계 관련 조사를 받다 추가 범죄 혐의가 발견돼 긴급 체포됐다. 검찰은 대우조선을 고재호(61) 전 사장 재임기간뿐 아니라 남 전 사장 재임기인 2006∼2012년에도 대규모 회계 부정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이미 파악한 남 전 사장의 부산국제물류(BIDC) 차명 매입, 삼우중공업 잔여 지분 고가 인수 등을 제외해도 ‘남상태 대우조선’의 의혹은 여전히 많다. 2009년 이후 자원·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우후죽순 신설된 자회사에 얽힌 의혹들이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자회사들을 활용한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지시 여부를 더욱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산업은행의 관리 책임도 수사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목표 자체가 없는 회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자회사 관리 실태가 미흡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2012년 통보했었다. 구체적인 운영기준 없이 자회사들의 목표 설정을 받아줬고, 실적을 평가할 때에는 상식이 아닌 주관적인 판단을 따른다는 지적이었다. 목표 대비 실적이 부진함에도 자회사들에 대한 상여금 지급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었다. 이 가운데 특별히 언급된 곳은 설계용역을 담당하는 디섹(DSEC)이었다.
산은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디섹에 2010년까지 당기순이익 목표를 부여하지 않았다. 또한 디섹은 여타 설계협력사들의 141∼162%에 이르는 높은 설계단가를 지급받아왔다. 유독 디섹에 대해서만 성과금, 복리후생비, 지급임차료 등 각종 일반경비에 판관비까지 포함한 설계단가를 산정받았다는 것이었다. 당시 산은은 “경쟁력 강화 및 공정거래 준수를 위해 설계단가 책정 기준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런 디섹은 한때 대우조선의 정권실세 로비 의혹 중심에 서기도 했다. 대우조선은 2008년 9월 디섹 355만주(25%)를 협력업체 코세코 측에 주당 3762원, 총 133억5000만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이 처분 단가는 대우조선이 보유하던 디섹의 자산가치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거래 시점과 가까운 2008년 9월 말 대우조선이 금융 당국에 보고한 디섹 순자산가액은 주당 4440원, 장부금액은 주당 4433원이었다.
추후 국회에서는 대우조선과 디섹의 거래가 이뤄질 때 이사회 승인이 없었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헐값 매각 논란에 이어 절차 적정성 지적이 일며 디섹 거래는 정권 로비 의혹으로 증폭됐다. 당시 주식을 인수한 코세코의 대표이사는 천신일(73) 세중나모 회장과 ROTC 선후배 관계였다.
본업도 안 되는데 나날이 사업 다각화
남 전 사장의 자회사 늘리기는 사업 다각화라는 명분을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다. 대우조선 집단의 일원이 된 이후에도 부진한 실적을 벗어나지 못하는 업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건 전 민주당 의원은 2011년 10월 산은 국정감사에서 골프장·건설·호텔·급식·상조사업 등으로 다양해지는 대우조선의 자회사 현황을 지적한 뒤 “피엘디앤씨 등 4개의 계열사가 자본잠식된 상태다. 그 액수가 590억원가량”이라고 말했다.
피엘디앤씨는 대우조선에 인수된 2010년에 282억42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후에 뚜렷한 실적 반등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파산 절차를 밟았다. 산은이 대우조선 측에 통보한 컨설팅 결과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사업내용란에 ‘아산 신인동 아파트건설사업 부실시행사’라는 표기가 있다.
국회 정무위가 의문을 제기한 인수업체 중에는 신한기계도 있다. 대우조선은 2007년 26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던 신한기계를 그해 3월 인수했다. 2008년에도 이 회사는 132억원의 적자였다. 대우조선은 신한기계 지분을 사들일 때 기존 경영진과는 주당 4만9000원(총 약 641억원), 시중은행과 보험사 측과는 주당 4만원(총 약 27억원)의 가격으로 거래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가 진행된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과정에서도 전정도(58·수감 중) 세화그룹 회장과 사모펀드의 상이한 취득단가가 특혜 논란을 낳았었다. 산은도 “신한기계는 액면가액 대비 취득가액이 12.6배 수준”이라고 대우조선 측에 지적했다.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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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황인호 기자
neosarim@kmib.co.kr
‘대우조선 비리’ 남상태 前 사장 구속… 의혹 본격 수사
입력 2016-06-30 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