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던져 제3정당을 창당해 성과를 거뒀던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또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당이 위태롭다”는 만류에도 리베이트 의혹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감안해 백의종군을 강행했다. 국민의당은 대표 공백 7시간 만에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며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썼다.
박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제부터 안 대표의 사퇴 의중은 확고했다”며 “안 대표가 국민을 실망시킬 수 없고 앞으로 더 잘하자는 차원에서 사퇴를 주장해 다들 만류했지만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천정배 공동대표 역시 안 대표의 거듭된 설득에 동반 사퇴를 결정했다.
안 대표 사퇴는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구속 후 리베이트 의혹 수사 확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당헌·당규에 따라 관련자를 엄벌하겠다’는 거듭된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비판은 잦아들지 않았다. 대응 수준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비판도 컸다. 성과의 발판이었던 호남의 지지율도 지속 하락했다.
위기의 순간마다 등장했던 ‘철수 정치’가 재현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 나온다. 주요 선거 국면에서 보인 양보, 사퇴 행보의 연장선상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측근 비리로 확대될 경우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당내 문제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나선 만큼 결이 다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안 대표 측은 “어떤 대응책을 내놓아도 여론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 대표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며 “내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놓고 ‘백의종군’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철수 정치냐”고 반문했다.
국민의당은 서둘러 비대위 체제로 재편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대외적으로는 정책 행보를 통해 존재감을 되찾고 대(對)정부 공세 수위도 높일 전망이다. 내부적으로는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조직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원내대표도 세 번째, 비대위원장도 세 번째”라며 “새로운 비대위원 그리고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튼튼한 원내 중심의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당대회를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도 흔들림 없이 일하도록 하겠다. 기강도 확실히 잡겠다. 신생 정당이기 때문에 3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안 대표는 국회 상임위 활동 등 의정활동에만 전념하며 당분간 자숙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3대 혁명’과 ‘미래 일자리’ 이슈 등 그가 추진해 온 정책 기조에 대한 대외 메시지 역시 당분간 자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대위원장을 외부 인사가 아닌 박 원내대표가 맡으면서 자신이 만들어온 당 ‘색깔’이 유지된 점은 나쁘지 않다. 당 관계자는 “만일 박선숙 의원이 불기소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안 대표의 사퇴가 재조명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검찰 수사 기록 검토 후 법적 다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내년이 되면 여론이 안철수를 불러낼 것이고 그때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며 “근신 시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리더십이고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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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몸 던져 창당했던 安, 다시 몸 던져 승부수
입력 2016-06-30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