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으니 오래된 차 타고, 경유가 휘발유보다 싸니 경유차 탄다. 누군 새 차 안 사고 싶어서 안 사나 형편이 안 되니까 못 사는 거지.”
정부가 2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소비 진작책에 대한 한 네티즌의 반응이다. 정부는 이날 10년 이상 지난 경유차를 새 차로 교체하면 6개월 동안 개별소비세를 70% 깎아주겠다고 밝혔다. 또 3개월 동안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전자제품을 사면 제품 가격의 10%를 돌려주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소비절벽 가능성이 있다고 봤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농수산물 소비와 음식점 매출이 줄 것으로 전망되는데 정부는 승용차와 전자제품 등 대기업 배만 불려주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단기 부양책이 아닌 소득을 늘리는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한시적 소비 진작책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부터다. 당시 정부는 자동차와 대형 가전제품의 개소세율을 5%에서 3.5%로 내리는 내용을 담은 소비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바로 다음달에는 대규모 할인행사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지난해 10월 2주간 열겠다고 발표했다.
단기 경기 부양책의 효과는 ‘반짝’ 수준이었다. 지난해 10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각종 할인행사가 진행되자 이달 소매판매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6.5% 늘었다. 그러나 할인행사가 끝나자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 전년 같은 달보다 0.3% 줄었다. 올 1월엔 감소폭이 1.4%까지 확대됐다.
또 개소세 인하가 시작된 지난해 9월 국내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5% 늘었지만, 개소세 인하가 끝난 직후인 올 1월 승용차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1월과 비교해 4.9% 줄고 전월 대비로 32.4% 줄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소비 진작책의 효과도 단기적일 것으로 전망되는 건 이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단기 부양책이 미래의 소비를 앞당겨 소비하게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에 ‘소비 절벽’은 불가피한 결과였다. 실제로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의 각종 할인 행사가 진행된 지난해 10월 가계 마이너스통장대출은 2조원이나 증가했다. 소득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 촉진책만 나오니 빚이 늘어난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는 소비 진작책은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기만 해도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률을 올린다는 경제정책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정부는 2014년 8월 ‘가계소득 증대 세제 3종 세트’를 발표했다. 기업에 고여 있는 돈을 가계로 흘러가게 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1년 전에 비해 0.92% 늘었나는 데 그치면서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 됐다. 정부는 다음 달 가계소득 증대 세제를 재평가해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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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기획] 먹고 살기도 팍팍한데… 승용차 사라는 정부
입력 2016-06-3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