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지난 5월 19일 국회를 통과했다. 자동개시 요건이 당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사망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 의료사고’에서 후퇴해 ‘사망 또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등급 1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축소됐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 내용 중 일부를 왜곡하거나 과장해 ‘신해철법 괴담’까지 만들어 SNS을 통해 유포시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 환자들의 조정신청이 남용돼 의사들은 방어진료를 하게 되고, 결국은 ‘중환자 기피법’이 될 거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계 반대를 의식해 ‘의료기관의 기물 등을 파괴·손상·점거 하거나 업무를 방해를 했을 때, 거짓된 사실 또는 사실관계로 조정신청을 한 것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14일 이내 조정절차 개시 관련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 조정신청 남발을 막도록 했다. 또한 모든 의료사고가 아닌 사망 또는 극히 일부의 중상해 의료사고에만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가 적용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시 의료계의 반대로 입증책임 전환규정이 삭제되면서 시민사회계를 설득하기 위해 당근으로 도입한 직권증거조사 관련 규정들이 대거 완화되거나 삭제됐다. 감정위원이나 조사관이 의료기관 현장을 출입해 조사·열람 또는 복사하는 것을 거부·방해·기피하는 경우 개정 전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었으나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처벌수위가 낮아졌다. 의료인이 출석 및 진술 요구, 소명 요구에 불응했을 때 부과됐던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도 삭제됐다.
감정위원이나 조사관이 의료기관 현장을 출입하는 경우 7일 전에 사유 및 일시 등을 서면 통보하는 절차도 신설됐다. 그동안 허용됐던 ‘감정서, 조정결정서, 조정조사, 그 밖의 감정에 관한 기록 등’에서 ‘그 밖의 감정에 관한 기록 등’의 열람·복사가 불허됐다.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제도를 이용하고자 하는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에게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불리할 수 있다. 따라서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을 비난하는 일부 의료인과 의사협회는 개정 내용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검토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은 긍정적인 내용들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조정위원·감정위원 정수를 기존 50명 이상 100명 이내에서 100명 이상 300명 이내로 확대해 비상임 조정위원·감정위원의 업무 부담을 줄였다. 감정 관련 자문기능 강화를 위해 비상임 감정위원 이외 별도로 자문위원을 위촉할 수 있도록 했다. 신속한 조정이 가능토록 ‘사건의 사실관계 및 과실 유무 등에 대해 신청인과 피신청인 간에 큰 이견이 없는 경우, 과실의 유무가 명백하거나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이 간단한 경우 등’에 감정을 생략하거나 1인의 상임감정위원이 감정하도록 하는 ‘간이조정절차’도 도입했다.
일부 의료인들과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의료인 2인, 현직 검사 1인, 의료전문 변호사 1인, 소비자권익위원 1인으로 구성된 ‘5인 감정부’에 비의료인들이 과반수 이상인 3인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의료감정은 의료인들이 해야 하는 전문 영역으로 비의료인 참여로 인해 감정결과에 오류가 생기거나 권위가 떨어질 우려가 이유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의료인 감정위원 숫자를 1명 더 늘리면 안 될까? 의료인 3명, 현직 검사 1인, 의료전문 변호사 1인, 소비자권익위원 1인으로 ‘6인 감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의료인 숫자가 과반수 이상이 될 수 없고, 의료인 감정위원 2인의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최종 판정도 가능해 감정의 전문성과 권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의료인 1인을 감정부에 추가시키는 논의가 가능한 이유는 대부분의 비의료인들은 의료감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인 2인이 각자 감정소견을 발표하면 비의료인 3명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감정서가 작성된다. 의료감정은 당연히 의료인 감정위원이 수행한다. 따라서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 입장에서는 의료감정을 하는 의료인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감정결과가 더 객관적이고 권위가 담보된다. 5인 감정부를 넘어 ‘6인 감정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 연합회 대표
[안기종의 환자 샤우팅] 의료분쟁법 개정 그리고 ‘6인 감정부’
입력 2016-07-03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