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손해율 증가가 의료계 때문이라고”

입력 2016-07-03 17:52
실손보험의 설계 하자로 손해율이 보험계는 국민과 의료기관 부도덕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해드립니다” 최근 금융당국은 국민 3200만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늘자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이러한 가운데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 증가 원인을 국민의 도덕적 해이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반발이 커지고 있다. 2014년 기준 전체의료비 중 건강보험은 63.2%를 부담하고 있고, 법정본인부담 19.7%, 법정비급여는 17.1%이다. 실손보험은 약 3200만명이 가입해 있는데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못하는 법정본인부담과 법정비급여를 보장해주고 있다.

문제는 보험업계가 실손보험의 손해율 증가를 의료계와 국민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보험연구원 주최로 열린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 방안’ 정책세미나에서는 이러한 보험업계의 목소리가 여실히 드러났다. 발제에 나선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원은 비급여 의료비의 급속한 증가로 실손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의료비가 연평균 약 3.5% 증가하며 실손보험의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 비중도 늘어 손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손해율의 상승은 보험료 급등의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10년 내 실손보험료가 2배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실손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로 △도덕적 해이 가능성 △특정 병원·질병 과잉집중 △비급여 정보 비표준화 △비급여 관리체계 미비 △통계관리 미흡 등 환자와 정부, 의료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손해보험협회 이재구 시장업무본부장 역시 “좋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실손은 좋은 보험인데 천덕꾸러기처럼 된 것이 가슴 아프다”며 “문제의 근원에는 지급보험료의 70% 이상이 비급여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급여의 과잉진료가 실손을 나쁜 보험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보험회사가 광고를 통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이 가능합니다”, “몇 번이고 보장해 드립니다”라며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과잉의료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설계 시 추산을 제대로 못해 오히려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서 이사는 “보험업계가 손해율이 136%까지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순이익이 6조3000억원이라고 한다. 손해율이 136%인 제품은 3%만 판매하고, 특약 등을 끼워 팔기 하고 있다”며 “보험사들은 대기업이 많은데 왜 손해율이 높은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 이사는 “보험사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반성이 없다. 상품을 판매할 때는 다 보장해주는 듯이 말하고 정작 청구하면 보험사가 보험분쟁 소송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험사가 손해를 민간의료기관 떠넘기려면 전국에 있는 보험사 임원들도 원가를 조사해 연봉을 통일하는게 어떤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보험사간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과다한 보험광고, 보험자 판매비는 분명 손해율에 기여가 있다. 오히려 보험사가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안 준 것에 대해 반성하고, 상품을 잘못 만들어 판매한데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를 잘 이용한 환자나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실손보험의 문제는 국민, 의료기관, 보험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네탓 공방만 하고, 정부는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국민들이 보험료 인상 책임을 져야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