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 양육 부모에만 맡길것인가

입력 2016-07-03 17:51
미숙아(이른둥이)를 키우는 가정의 경제적, 정신적 부담과 고통이 크다. 따라서 정부가 보다 다양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나는 아기를 미숙아라고 한다. 장모(32·여)씨는 고작 23주 6일 만에 아이를 낳았다. 너무나 빠른 출산이었다. 게다가 하나가 아닌 어여쁜 공주님이 셋이었다. 장씨는 세쌍둥이를 처음 보던 날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출산 직후 바로 아기들이 중환자실(인큐베이터)로 옮겨지는 바람에 4일이 지나서야 직접 아기들을 볼 수 있었는데, 보자마자 엄청 많이 울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던 일주일 후, 첫째가 갑작스런 폐혈쇼크로 인해 하늘로 떠났다. 남은 두 아기도 첫 일주일 동안은 여러 가지 검사와 수술을 계속 받아야 했다. 단지 미숙아를 출산한 것뿐인데 순식간에 엄청난 두려움과 부담감이 눈앞에 닥쳐왔다.

“아기를 떠나보낸 것도 너무 힘든데, 첫째가 일주일 간 입원해있는 동안 총 1000만원이 들었다. 둘째와 셋째는 심장 문제로 동맥관개존증 등 여러 수술을 받았고, 그렇게 중환자실에 둘째가 9개월, 셋째가 6개월 정도 있었다. 이렇게 둘이 합해서 들어간 병원비가 8000만원 정도였다”고 장씨는 설명했다. 다행히 임신 중에 태아보험을 들어둔 상태였다. 보험 가입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서 여러 서류심사를 거쳐야 했는데, 당시에는 아기들 상태가 건강해서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병원비의 상당 부분을 보험을 통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장씨는 “만약 보험 가입을 안 했더라면 지금쯤 어마어마한 빚더미를 안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퇴원 이후 또 다른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숙아는 퇴원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씨는 “일주일에 2∼3번은 외래를 다녀야 했는데, 호흡기내과, 심장과, 내분비과, 신생아과, 외과, 재활의학과, 안과 등 가야할 곳이 너무 많았다. 이렇다보니 한 아이마다 한달에 검사비만 70만원 정도가 들어갔다. 여기에다 미숙아가 먹어야 하는 철분제, 갑상선호르몬제, 비타민, 영양제 등 약값도 30만원씩 들다보니 두 아기의 의료비로 한달마다 200만원씩 나간 셈이다”고 말했다.

정작 나라에서는 큰 도움을 얻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에서 미숙아지원사업으로 지원금이 나오는데, 아이 한 명당 최대 1500만원씩 지원이 가능했다. 그런데 입원 중간에는 받을 수 없고 퇴원을 해야지만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5월에 퇴원 후 6월경에 신청을 했는데, 올해 예산이 다 소진돼서 다음해에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신청한 다음해 4월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정작 필요할 때 지원을 받을 수 없으니 일단 카드로 빚을 내고 그 다음에 지원금을 받아 메워야 했다. 또한 이 지원금은 내가 직접 신청을 해서 받은 것이다. 미숙아를 낳았다고 해서 나라에서 지원금 받으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만약 모르는 사람은 이 마저도 못 받게 되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장씨는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숙아들은 폐가 매우 약하기 때문에 RS바이러스 예방접종을 꾸준히 맞혀야 하는데 비용이 고가라 문제고, 또 둘째는 발달속도가 느리다보니 심리치료, 언어치료, 자폐검사 등도 계속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장씨는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숙아에 대한 다양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주변에 미숙아를 둔 가정 중에는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아기를 포기하거나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있다. 돈 때문에 한 생명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알아줬으면 한다. 국가가 미숙아를 위해 의료비 지원 대출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며 “병원에서 뿐만 아니라 퇴원 후에도 지원이 필요하다. 미숙아를 위한 전용기저귀와 특수 분유 등은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미숙아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큰 부담이다. 하루 빨리 정부 지원이 확대되는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