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치이고 쫓기고… 흔들리는 수출 주력 산업

입력 2016-06-30 04:45



수출 부진이 길어지면서 한국이 가장 자랑하던 주력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업종별 부진의 요인은 비단 글로벌 경기 침체에만 있지 않다. 철강·석유화학·정보통신 등 주력 업종 상당 부분에서 중국의 기술·품질 경쟁력이 한국 수준에 근접했고 시스템 반도체 부문은 이미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 위기 원인에 따른 구조조정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중국, 90% 따라왔다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분석을 담은 ‘주력산업의 수출 부진 원인과 대응 방향’ 보고서를 29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력 산업 수출(-9.6%)이 총수출(-8.0%)보다 더 크게 감소했던 흐름이 올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상반기 총 수출은 10.8% 감소했지만 주력 산업은 11.8% 줄었다. 주력 산업의 수출 부진이 더 큰 이유는 세계시장 침체에 후발국과의 경쟁 심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산업연구원은 분석했다.

특히 중국과의 경쟁 상황은 심각하다. 한국의 12개 주력 업종 중 자동차·조선·기계·디스플레이 등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서 중국의 기술력은 이미 90% 수준을 넘어섰다. 철강·석유화학·섬유 등 소재산업은 중국의 품질·기술이 모두 한국의 95% 수준까지 왔고, 석유화학은 수준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메모리 부문을 제외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은 중국 기술 수준이 이미 한국을 10%가량 뛰어넘은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디스플레이나 정유에선 아직 한국이 상당히 앞서 있지만 중국이 최근 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갈수록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주력 산업 중 향후 5년 뒤에도 우리가 중국보다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품목은 일부 고급 제품이나 핵심소재·부품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런 분야는 수요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기존 주력 제품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종별로 대응해야

산업연구원은 결국 주력 업종 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업종별 상황과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조선·철강·해운업 내에서도 업종별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산업연구원은 조선업의 경우 한국의 경쟁력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글로벌 시장 변화와 특정 기업의 경영 부실 탓에 위기에 처한 것인 만큼 시장 회복기를 가정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철강, 석유화학 등 분야는 구조적으로 시장이 위축된 데다 중국 등 후발국의 기술 수준이나 생산 능력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이다. 전반적인 생산 능력을 조정하고 신사업으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경직적인 노사관계나 국내 생산 입지 악화 등 제도적인 문제로 해외 생산이 느는 것이 현재 수출 부진의 요인으로 꼽혔다. 이 부문 구조조정은 제도 개선을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주력 산업 수출이 감소하는 반면 플라스틱 제품과 축전지(이차전지), 화장품, 의료용 전자기기 등 6대 후발 산업의 수출 성장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에 따르면 6대 후발 업종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2.7%에서 올해 1∼5월 5.3%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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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