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책상 밑 ‘발카’… 대학 도서관 ‘발칵’

입력 2016-06-30 04:42 수정 2016-06-30 20:30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A씨(19·여)는 지난 9일 학교 도서관에서 ‘발카’를 발견했다. ‘발카’는 발을 이용해 몰래 찍는 카메라다. 맞은편에 앉은 누군가 책상 아래에서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으로 ‘카메라’처럼 보이는 물건을 조종하고 있었다. 카메라 렌즈는 자신의 치마 안을 겨냥한 듯했다. 이 도서관은 독서실처럼 책상마다 칸막이가 설치돼 있지만 책상 아래는 뻥 뚫려 있다. 화들짝 놀라 도서관 밖으로 나온 A씨는 ‘누군가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는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이는 같은 학교 학생인 B씨(23)였다. 현장에서 카메라와 영상이 발견됐다. B씨가 쓴 소형카메라는 ‘액션캠’이라고 불리는 제품이다. 크기가 가로 6㎝, 세로 4㎝, 두께 3㎝ 정도에 불과하다. B씨는 이 카메라를 자신의 발가락 사이에 끼운 뒤 청테이프로 고정했다. 발가락을 이용해 조작하면서 촬영을 했다. 경찰은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 학교 학생 길모(25·여)씨는 29일 “지난해 워터파크 몰카 사건 이후 탈의실이나 화장실에서 몰카가 있는지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이제는 학교 도서관에서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몰카’가 일상으로 광범위하게 스며들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2006년 523건에 불과하던 ‘몰카 범죄’는 지난해 7623건으로 급증했다. 점점 수법이 은밀해지면서 ‘안전지대’도 없어지고 있다.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장소나 시간대가 오히려 몰카 범죄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지난 4월 서울의 한 여대에선 ‘모카’(모자를 이용한 몰래 카메라)가 발견됐다. 검은색 모자를 쓴 남성이 건물 안을 반복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남성을 수상하게 여긴 한 여학생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남성의 신분을 확인하다 쓰고 있던 모자에서 지름 1㎝ 정도 크기의 구멍을 발견했다. 모자가 검은색인 데다 정면에 크게 새겨진 로고 가운데에 구멍이 있어 쉽게 보이진 않았다.

모자 안을 보자 소형 카메라가 드러났다. 이 카메라는 무선으로 조종하는 것이었다. 다만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은 없었다. 경찰은 이 남성에게 건물에 무단으로 침입한 혐의만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조사결과 남성은 지방자치단체의 8급 공무원이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도서관처럼 사람들이 몰카를 걱정하지 않고 무방비로 있을 때, 누군가는 오히려 몰카를 찍기 쉽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름 물놀이철을 맞아 해수욕장과 대형 워터파크 등에서 몰카 전담반을 운영할 계획이지만 갈수록 수법이 은밀해지고 있어 모든 몰카를 찾아내기는 어렵다”며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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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