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커 금융시장에 장기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최신호에서 아예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브렉시트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은 단기간에 진정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 파장이 어디까지 퍼질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브렉시트의 원인
무엇보다 브렉시트는 소득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세계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노출시켰다.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한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영국은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4%를 가져간다. 상위 10%는 28%를 가져간다. EU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상위 1%의 소득비율은 부자가 많기로 유명한 스위스의 2배에 이른다.
EU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원국 중 영국에서 소득 불평등이 가장 악화됐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그리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선 2011년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줄어들면서 불평등이 완화됐지만, 이들 나라를 도운 영국에선 지니계수가 EU 최악 수준으로 급격히 커졌다. 런던정경대 대니 돌링 교수는 “영국의 공공지출은 유럽 최하위권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를 주장한 영국 정치인들이 “나태한 국가에 퍼주는 EU 분담금 때문에 영국이 손해만 보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 먹혀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득 양극화는 지구촌 곳곳에 확산되고 있다. 브렉시트와 같은 현상이 EU의 다른 국가나 미국, 아시아에서 벌어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11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저소득층의 분노를 자극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브렉시트를 두고 “훌륭한 결정”이라면서 “사람들이 국경을 되찾고 통화 주권을 되찾기를 원하는 사례를 다른 곳에서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영국만의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이미 경제적 불평등 심화를 주목해 왔다. 미국의 블랑코 밀라노비치 뉴욕시티대학원 교수는 1988년부터 2008년까지 20년간 지구촌의 계층별 소득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75∼90%에 속하는 선진국 노동계층은 소득이 거의 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자본소득 증가율이 노동소득을 압도하고 있다며 전 지구적인 세제 개편을 주장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적 양극화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치적인 반격이 곳곳에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은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한국은 2012년 기준으로 소득의 35%를 상위 10%가 가져간다. 수치로 보면 브렉시트의 나라 영국보다 양극화가 더 극심하다. OECD는 향후 50년간 지구촌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면서 선진국에서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포린어페어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흐름이 대세를 이뤄왔으나 자본의 지배가 민주주의를 압도하면서 불평등이 확대되고 대다수 사람들은 소득이 정체돼 왔다”며 “지금과 같은 형태의 자본주의에 변화를 추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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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브렉시트 후폭풍 (3)] 경제 불평등 해소 못하면 ‘브렉시트 전염병’ 번진다
입력 2016-06-29 18:10 수정 2016-06-29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