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4·13총선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국민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악전고투 끝에 괄목할 만한 총선 성과를 거뒀던 국민의당은 두 달여 만에 닻을 잃은 채 높은 파고(波高)에 직면하게 됐다.
안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을 갖고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간곡하게 말씀드리고 싶다. 앞으로 더 열심히 주어진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 호남 계보를 대표했던 천정배 공동대표도 동반 퇴진했다. 천 대표는 “저희 두 사람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직을 사퇴한다. 당과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2일 들어선 공동대표 체제도 약 5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국민의당은 오후 최고위 회의를 재소집하고 만장일치로 박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른 시일 내 당내 의견을 수렴해 비대위를 구성하겠다”며 “신속하게 당내 문제를 수습해야 한다. 비대위원을 최고위원 중 선임하거나 외부 영입을 하는 방안 모두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30일 예정된 의원총회에 박선숙 김수민 의원의 참석 가능성에 대해선 “스스로 참석 안 해주길 바란다”며 선을 그었다.
최고위원들은 안 대표의 사퇴를 강력히 만류했지만 뜻을 꺾지 못했다. 전날부터 사퇴 의사를 밝혔던 안 대표는 이틀 만에 백의종군 의지를 관철시켰다. 측근에 대한 검찰 수사,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선 안 대표 개인의 무게감, 야권 단일화 압박을 거부한 안 대표 판단에 힘입은 총선 성과 등을 고려할 때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이제 국민의당은 ‘박지원 비대위 체제’로 혹독한 생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안 대표의 사퇴 결정이 내년 대선 가도에 끼칠 영향도 주목된다. 책임정치 의사를 높게 평가해 당 지지율이 회복된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면 당이 캐스팅보터로서 입지를 넓히던 상황에서 당이 공멸(共滅)할 경우 정치 동력을 소실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안 대표는 2014년 재보선 참패 책임을 지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직을 한 차례 사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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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고승혁 기자 eyes@kmib.co.kr
安 ‘백의종군’… 국민의당 격랑
입력 2016-06-29 18:01 수정 2016-06-29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