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렴치 스쿨폴리스, 은폐한 지휘부… 누가 경찰 믿겠나

입력 2016-06-29 18:52
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 2명이 담당하던 여고생과 성관계를 했다. 어린 학생을 모텔로 데려가거나 승용차에 태워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그 과정에서 한 학생은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 파렴치하다. 학생을 학교폭력에서 보호하라고 했더니 거꾸로 학생에게 성적 폭력을 행사했다. 두 여학생은 가정문제로 자해를 시도했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성관계에 폭행이나 대가가 개입되지 않았다 해도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여긴 것 자체가 폭력이다. 이 사건을 접한 어느 부모는 딸에게 “네 학교 전담경찰관이 남자냐 여자냐”고 묻고 “여자”라는 답에 비로소 안심했다고 한다. 두 경찰관은 전국 스쿨폴리스 1000여명을 위험인물로 의심받게 만들었다.

이들이 속한 연제경찰서와 사하경찰서는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사건을 덮었다. 연관성이 없는 별개의 사건을 놓고 경찰서장들이 내린 결정은 매뉴얼에 따른 것처럼 일치했다. 해당 경찰관에게 퇴직금을 다 정산해주고 사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부산경찰청과 경찰청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SNS에 폭로될 때까지 어떤 조치도 없었다. 경찰의 오랜 ‘주특기’인 은폐의 기술이 이 파렴치한 일에도 순발력 있게 발휘됐다. 이제 누가 경찰을 믿을 수 있겠나.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찰은 대구에서 학교폭력 자살 사건이 불거지자 2012년 스쿨폴리스 제도를 도입했다. 폭력서클과 가출팸을 해체하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전문성 부족과 홍보·실적 위주의 운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스쿨폴리스 1명이 10∼12개 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남·여학생, 초·중·고교생을 모두 한 경찰관이 상대하는 구조다. 청소년·교육·상담·심리 전공자를 특채하고 있지만 아직 10%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 인력 특채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 경찰청은 학생들이 담당 스쿨폴리스를 아는지 인지도를 조사해 평가에 반영한다. 실적을 쌓으려면 얼굴 알리는 게 중요해서 “젊고 호남형이어야 선발된다”거나 “치안 활동보다 홍보 활동을 잘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스쿨폴리스 미담은 경찰 홍보의 단골 소재다. 시행한 지 불과 4년 만에 본말이 전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