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교회'를 세워라]“예수님의 위로가 이런 게 아닐까요” 친구 위해 기도하며 용기 얻는 아이들

입력 2016-06-29 21:16 수정 2016-06-30 11:13

수험생들이 공부에 지쳐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공부뿐 아니라 진로, 가족, 이성친구 등 문제로 고민이 많습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는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위로해주는 여고생들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기도하는 아이들을 응원하는 국민일보가 오늘은 이 학생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홍유진(18)양은 고3 수험생입니다. 지난해 6월 주일예배를 마치고 교회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친구들은 유진이를 위해 기도해줬고 큰 위로가 됐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교회가 아니라 학교에서도 서로 기도하며 위로해 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지 않을까.’

기도모임을 만들고 싶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함께 기도할 친구들을 찾는다’는 글을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릴까 말까 엄청 고민했답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기도모임을 하겠다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앞섰습니다. 용기를 내서 글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8월 첫 모임에 3명이 왔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모이진 않았지만 글을 올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유진이는 전화통화에서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렵지만 한 발 두 발 내딛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여고생들은 각자 교실로 돌아가 함께 기도할 친구들을 찾았습니다. 연말이 되자 9명까지 늘었고 학교에서도 동아리로 승인해줬습니다. 이듬해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교실마다 게시판에 모집 공고를 붙였습니다. 금세 24명이 됐습니다. 이 기도모임엔 학원에 갔다가 밤 11시에야 집에 들어가는 학생도 있지만 기도하는 시간만큼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매주 금요일 음악실에 모여 QT 책 ‘새벽나라’로 한 주 동안 묵상한 말씀을 나누고 있습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도 털어놓고 함께 기도합니다.

지난해 가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언니가 “힘들다”는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자 아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도했습니다. 한 아이가 친구에게 상처받은 이야기를 했을 때 어떤 친구들은 같이 울어줬고 다른 친구들은 기도를 해줬습니다. 예수님의 위로가 이런 게 아닐까요. 이 대목에서 전화기 너머로 유진이가 흐느끼는 소리가 작게 들렸습니다. 유진이의 기도제목을 물어봤습니다.

“이 동아리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동아리에 참석하는 친구들이 모이는 시간마다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게 기도 부탁드려요.”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