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군 서면이 행정구역 명칭을 ‘대청봉면’으로 바꾸려고 하자 설악산을 낀 인근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인제군의회는 29일 제212회 임시회에서 ‘양양군 서면의 대청봉면 명칭 변경에 따른 성명서’를 채택했다.
군의회는 성명서에서 “양양군의 행정구역 명칭변경 추진은 속초·고성·양양·인제 등 설악권 4개 시·군이 지금까지 추진해 온 공동번영을 위한 공조체제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은 전통적으로 속초·양양·인제가 공동점유하고 있었으나 양양군은 2013년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1번지’로 지번을 변경해 독점적으로 점유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기적인 양양군의 행태에 대해 사과와 함께 즉시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명칭 변경을 계속 추진할 경우 주민 총궐기 대회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속초지역도 반발이 거세다. 속초시번영회는 양양군에 명칭변경에 대한 공식입장을 물은 뒤 양양군이 서면 주민들과 함께 명칭 변경을 계속 추진할 경우 반대운동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윤광훈(63) 속초시번영회장은 “속초·양양·인제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대청봉을 특정 면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설악권 4개 시·군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청봉을 지역 명칭에 사용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양양군은 ‘서면’을 ‘대청봉면’으로 바꾸기 위한 조례안 입법예고를 준비 중이다. 특별한 유래 없이 방위적 개념에 따라 이름이 지어진 ‘서면’의 명칭을 지역 이미지와 역사성 등을 반영해 ‘대청봉면’으로 바꿔 달라는 서면 주민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도나 각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 구역의 변경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지자체에 속한 읍면동의 명칭은 자체 조례 개정만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2012년 경북 영주시가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바꾸려 했지만 소백산을 함께 끼고 있는 충북 단양군의 반발로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린 사례가 있어 명칭변경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시 위원회는 “산이나 강이 여러 자치단체에 걸쳐있는 경우 특정 자치단체가 행정 구역명칭으로 사용하게 되면 갈등과 분쟁이 발생한다”며 단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속초·고성·양양·인제에 걸쳐있는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1708m)은 속초와 양양, 인제를 나누는 경계지점에 위치해 있어 행정구역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양양군은 대청봉이 위치한 임야가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토지분할이 생겨나면서 지번이 불합리하게 설정되자 2013년 강원도에 지번 변경 승인을 신청, 대청봉의 지번을 ‘양양 오색리 산1번지’로 승인 받았다.
인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양양군 서면→대청봉면 개명 추진에 갈등 확산
입력 2016-06-29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