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뉴스] 區 빼겠다!… 부천시 파격적 ‘행정 다이어트’

입력 2016-06-30 19:29
부천시 상2동행정복지센터 전경. 부천시는 구(區)를 폐지하고 대신 '복지 허브' 기능을 담당할 광역동 성격의 행정복지센터 10곳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천=김지훈 기자
김만수 부천시장
공무원의 수는 해야 할 업무의 경중이나 유무에 관계없이 일정 비율로 증가한다는 파킨슨 법칙이 있습니다. 행정조직이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겠죠. 그런데 기존 행정조직을 축소하는 ‘행정 다이어트’를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와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경기도 부천시입니다. 부천시는 오는 4일 일반구(區) 3곳을 폐지하고 기존 구의 기능을 일부 넘겨받은 10개의 행정복지센터를 운영합니다. 일반구를 폐지하는 것은 전국 지자체 사상 처음입니다. 1948년 8월 정부 수립 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행정혁명’이죠.

이 혁명은 동(洞)이 20개나 될 정도로 비대해진 원미구를 분구하려는 시도를 행정자치부가 승인해 주지 않자 대책을 모색한 끝에 실현된 것입니다. 분구 추진에 제동이 걸린 부천시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분구하는 대신 구를 아예 폐지하기로 한 겁니다.

시와 구 업무 중 35.5%가 중복된다는 점에 주목, 시-구-동 3단계 행정체계를 시-동 2단계로 전환하기로 한 것입니다. 구를 없애고 행정복지센터를 운영해 행정과 주민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조연술(56) 성곡동행정복지센터 생활안전과 재난안전팀장은 “3개 구청이 없어지지만 구청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행정복지센터로 전진 배치되면 주민 밀접 업무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행정복지센터는 2∼5개 동주민센터를 권역으로 묶고 그 가운데 중심이 되는 동(행정복지센터)에 인력과 기능을 확대해 구청 업무와 복지, 일자리 상담, 건강관리, 청소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현장 업무를 처리합니다.

중동신도시의 중4동행정복지센터는 중4동 청사를 리모델링해 쓰고 있더군요. 1층에는 ‘100세 건강실’이 있습니다. 간호사 5명이 100세 시대를 맞은 주민들의 건강을 직접 챙깁니다. 기초생활수급자 담당 코너에는 칸막이를 설치했어요. 당사자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면서도 세밀한 상담을 실시하기 때문에 구청 때보다도 민원 처리가 배 이상 빨라질 것이라네요. 고장 난 가로등 교체 시기도 빨라져 여성이 안심하고 밤길을 걸을 수 있게 된답니다.

채용현(58·전 주민자치위원장)씨는 “23년간 부천에서 살고 있지만 구청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허다하다”며 “행정복지센터가 생기면서 기존 20여명이던 직원이 86명으로 늘어나 서비스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한 것은 주차문제이더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와 인근 아파트의 주차장이 활용됩니다. 공무원들은 외부에 주차하고 주민들은 행정복지센터 주차장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주차난을 상당부분 해결했다는군요. 시와 협약을 통해 주차장을 공유하는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4일 폐지되는 원미구, 소사구, 오정구의 청사는 재활용됩니다. 원미구청은 경기도일자리재단을 유치해 많은 일자리를 제공합니다. 오정구청은 도서관으로 변신합니다. 소사구청은 리모델링해 노인복지관과 어린이건강증진센터로 활용됩니다. 기존 구청사를 활용해 3000억원가량의 신규 시설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구 청사 연간 운영비도 40억원가량 아낄 수 있다네요. 이렇게 절감된 재정은 현재 86만명 인구를 100만명까지 늘리기 위한 정책 등에 쓰인다고 합니다.

부천시의 일반구 폐지는 앞으로 성남·고양·수원·안양·안산시 등 인구 50만명 이상의 12개 도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부천시는 앞으로 10개 행정복지센터를 더 줄이고, 기존 26개 동주민센터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민선 5기 공약으로 소규모 동 통합 추진을 제시한 뒤 2012년 1월 소사본1동과 소사본2동을 통합했습니다. 2014년 7월에는 구청 사회복지과를 폐지했습니다. 행정복지센터의 인력 증원은 폐지된 구의 인력을 활용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신선한 발상을 통해 행정 효율을 높이고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부천시의 ‘행정혁명’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냅니다.

■ 김만수 부천시장
“행정복지센터, 동네 구청 역할… 원스톱 서비스 제공”

“시민이 시장인 시대를 열기 위해 부천시를 10개 권역으로 세분화해 구청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김만수(사진) 부천시장은 지난 2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4일 시민들은 행정복지센터 10곳을 중심으로 활성화된 복지허브를 만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행정복지센터는 구청 업무를 원도심과 신도시의 특성을 살려 적정 규모로 재편해 공무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행정효율은 높이는 장점이 있다. 시민들은 멀리 가지 않고도 집 근처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는 효과가 있다.

김 시장은 “광역동이 정착될 수 있도록 시의원들의 지역구를 감안해 센터 10곳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2010년 시장 출마 당시 구청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뒤 원미구가 비대화돼 전체 업무의 52%를 해결하는 상황에서도 분구는 안 된다는 정부 입장을 확인하고 발상을 바꾸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복지센터는 우리 동네 작은 구청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면서 “부천처럼 30분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도시에서는 일반구가 필요 없어 동네에서 생활민원, 복지, 일자리, 건강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시대를 열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시장은 “자매도시인 일본 가와사키의 경우 인구가 150만명인데도 7개 광역동만으로 행정업무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온라인과 접근성 개선을 통해 부천에도 광역동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라며 “일반동은 차츰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행정혁명에 대해 시민들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면서 “동사무소가 등·초본을 떼는 곳에서 시민 개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상담을 해주는 편리한 곳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시장은 마지막으로 “행정복지센터는 4시간 일하고 용돈을 벌 수 있는 2000개 규모의 ‘단비일자리’를 제공하는 취업상담 등이 가능한 복지허브로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