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은 초심으로 돌아가라

입력 2016-06-29 18:51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가 4·13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29일 당 대표직에서 동반 사퇴했다. 안 대표는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대다수 최고위원들이 만류했지만 안 대표는 사퇴 입장을 고수해 관철시켰다고 한다. 지도부 공백으로 원내 3당인 국민의당이 당분간 큰 혼란을 겪겠지만 안 대표 사퇴는 사실 불가피했다. 사퇴의 변(辯)에서 밝힌 것처럼 정당 내에서 생긴 불미스러운 일의 최종 책임은 당 대표에게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키웠다고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사건이 불거진 직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검찰에 우리 당의 운명을 맡기지 않겠다”며 엄포를 놨고, 이상돈 진상조사단장은 “기소하면 검찰이 망신당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국민 감정이 급격히 악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호언장담과 달리 검찰이 왕주현 사무부총장을 구속하자 국민의당 지도부는 28일 하루 종일 우왕좌왕했다. 그리고 김수민, 박선숙 의원 등 당사자들에 대해 ‘기소 후 당원권 정지’라는 어정쩡한 수습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성난 민심에 불을 지른 격이 됐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의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왜 여론이 자신들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느냐고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주장대로 재판을 통해 연루자들이 무죄를 선고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이 국민의당에서 발생한 것 자체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당은 창당 선언문에서 천명했듯이 기존 정치가 아닌 새정치를 내걸고 출범한 정당이다. 그런데 선언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또 국민의당이 지금까지 보여준 대응은 기존 정당과 하등 다를 게 없었다. “국민께 죄송하다”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자체 조사에서는 면죄부를 주기에 급급했다. 많은 이들이 ‘안철수의 새정치’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고 묻기에 이른 것이다.

안 대표의 사퇴로 국민의당은 창당 5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일각에는 안 대표의 대권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지 여부는 전적으로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 달렸다. 안 대표는 물러나면서 “국민의당은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총선 때 유권자들이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 무엇을 기대했는지를 되돌아보는 게 급선무다. 기성 정치권과 다른 깨끗하고 유능한 정당, 국민만을 바라보는 정당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