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분신 같은 존재다. 2010년 3.8%에 불과하던 국내 스마프폰 보급률은 지난해 78.7%로 급증했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도 2013년 2시간13분에서 2014년 2시간51분으로 늘었다. 국민 세 명 중 한 명꼴로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스마트폰 중독자라고 하니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매일 5시간15분 이상 이용할 경우 고위험군, 5시간 이용하면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스마트폰 중독은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스몸비(smombie)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인 스몸비는 주변의 위험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스마트폰만 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을 말한다.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고 해서 중국에선 저두족(低頭族)이라고 부른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보듯이 스마트폰에 혼을 빼앗긴 사람이 너무 많아 이로 인한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교통안전공단 조사결과 스마트폰으로 인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2009년 437건에서 2014년 1111건으로 154%나 증가했다. 지난 2월 독일에서는 스마트폰 게임에 정신이 팔린 신호제어 담당자가 신호 조작을 하지 않는 바람에 11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치는 대형 열차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매일 10여명이 사고로 죽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다 보니 스몸비의 안전을 위해 도로 바닥에 교통 신호등과 표지판을 까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전국 100여곳에 바닥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고 한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만 20억여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등 일부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정부 차원에서 길을 걸을 때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강구할 시점이 됐다. 미국 일부 주에선 보행 중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물린다. 만국의 스몸비여, 고개를 들어라.
이흥우 논설위원
[한마당-이흥우] 거리의 시한폭탄, 스몸비
입력 2016-06-29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