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72) 성서원 대표는 47년간 성경책을 만들며 살아왔다. 현대어 성경, 쉬운말 성경, 개정 NIV 컬러 한영 해설성경 등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 다양한 버전의 성경책을 펴내왔다.
성경책을 만들 때마다 ‘성서원에서 만든 성경책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단다.
그런 그가 이번엔 ‘재밌는 성경’을 펴냈다. ‘3일 만에 읽고, 평생 가슴에 남는’이란 부제를 달았다. 경기도 고양시 새벗하우스에서 그를 만났다.
김 대표는 “이제는 재미가 없으면 안 읽는 시대가 됐다”며 “예수님 말씀처럼, 그때 그 장소에 있는 누가 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써내려갔다”고 했다. 평생 글을 쓰며 살아온 그였지만 이번 작업은 쉽지 않았다.
“한 번 써내려간 작품을 고치기가 참 쉽지 않은데, 이 책은 3년 전에 마무리했던 원고를 갖고 지난 3년 동안 몇 번씩 뜯어고쳤다”고 했다. 성경 본문을 이야기로 풀어쓴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성경을 왜곡하거나 신학적으로 잘못 해석했다간 큰일이다. 이를 피하면서도 성서학자들처럼 딱딱하고 어렵게 쓰지 않기 위해 신경 썼다고 한다.
그는 “부모가 아무리 교회 나가라고, 성경 읽으라고 해도 본인이 재미를 못 느끼고 옆에서 강요하면 부모를 싫어할 수밖에 없다”며 “청소년들도 읽으면 끝까지 다 읽을 수 있도록, 그래서 이 책만 읽으면 성경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구약의 창세기부터 여호수아까지 46개, 사사기부터 말라기까지 65개, 신약에서 64개의 이야기를 추려 총 3권으로 엮었다. 이야기로 엮기 어려운 히브리서, 로마서, 요한계시록까지 골고루 수록한 것은 평생 성경과 씨름하며 살아왔던 나날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각 이야기 챕터마다 관련 성경 구절을 옆에 표기해 성경책과 함께 읽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학생들과 성경을 처음 보는 이들이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김천정 화백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추가했다. 김 대표는 “그림만 봐도 본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말풍선을 넣는 등 몇 번씩 고쳤다”며 김 화백에게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성서원은 한때 직원 500명에 연매출 150억원이 넘는 큰 회사였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뒤 김 대표는 차차 경영에서 손을 떼고 글 쓰는 일에만 주력해왔다.
그는 “10년 전부터 교회들이 대형스크린에 성경과 찬송을 띄우기 시작하면서 성경 매출도 많이 줄었다”면서 “실력 있는 젊은이들이 와서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주고 떠나야할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재밌는 성경 집필과 더불어 그는 새벗하우스 주변 부지에 성경 시문학관과 시비공원을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20년 전, 비전을 품고 경기도 고양시에 1만9000여㎡(약 6000평)에 달하는 부지를 사 놓았던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그에겐 성경을 만드는 사람이란 타이틀과 함께 기독교 시인이란 호칭이 따라다닌다. 기독교문인협회장 등을 지냈고, 한국시인협회 이사도 맡고 있다. 새벗하우스에는 그의 시를 적은 액자들이 쭉 진열돼 있었다. 그는 대표시들을 낭송하며 시에 얽힌 사연들을 들려줬다. 그러면서 “기독교 문학을 해서 더 이상 먹고 살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성경의 각 장마다 하나님이 주시는 영감을 시라는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 왔다. 국민일보 지면을 통해서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66권에 대한 시를 써서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성경 전 장에 대한 시를 완성해서,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성경시문학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성경과 기독교 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연구할 기회도 제공하고 싶다. 그는 “지금까지가 어려웠지 앞으로 정리하는 과정은 좀 쉽지 않겠느냐”며 “부지런히 해서 80세가 되기 전에 마무리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고양=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책마을 사람들] ‘재밌는 성경’ 3권 펴낸 김영진 성서원 대표
입력 2016-06-29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