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강준구] ‘국민 편’에서 보라

입력 2016-06-29 04:01

기적 같은 출발은 좋았다.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여야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던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의혹’으로 금세 곤궁한 처지에 놓였다. 신해철법, 미세먼지, 브렉시트 같은 현안을 두고 발 빠르게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번 사태는 모든 걸 삼키고 있다. 내부에선 창당 과정의 미흡함은 인정하지만 범의(犯意)는 없었다며 다소 억울해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각이다.

총선에서 ‘국민 편 국민의당’ 슬로건을 내걸었던 국민의당은 이번에도 ‘국민 편’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빛나는 총선 승리는 여야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각각 이탈해 표를 던진 덕이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창당했지만 다당제 정치 실험에 나선 것은 어쩌면 국민이었다. 이념 대결과 유력 주자에 대한 충성 갈등으로 얼룩진 여야 이분법을 깨고 ‘어디 한번 하고 싶은 거 해보라’고 등을 밀어줬다.

기껏 뽑아줬더니 그다음은 엉망진창이다. 이미 당의 총선 준비에 대해 많은 이가 우려하고 있었다. 급박했던 창당 작업, 허겁지겁 모은 후보들, 속도전 공천, 비례대표 구인난…. 당 기대처럼 사고가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나버렸고, 그렇다면 합리적이고 선명한 대응을 내놓는 게 순서일 것이다.

그런데 진상조사부터 꼬였다. 조사는 신속했지만 결과는 석연치 않다. 스스로 “왕주현 사무부총장은 조사하지 못했다”고 한계를 인정했고, 조사하지 못한 그는 28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 수사는 안 대표 숨통을 조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여전했던 공천 잡음, 미미한 정책 존재감, 불법 행위임이 자명해지고 있는 이번 사건과 이를 대하는 지도부의 오판 등 당 행보에서 좀처럼 ‘새 정치’를 찾기 어렵다.

의도가 있건 없건 잘못이 드러나면 해결 과정은 선제적, 적극적, 예방적이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지금 어느 하나 국민 기대를 만족시키는 게 없다. ‘없는 당, 있다고 우기고 선거를 치렀다’는 촌평을 빌리면 지금 국민의당은 ‘도로 없는 당’이 되는 길을 걷고 있다. 이번 사태가 당이 새 출발하는 계기가 되면 좋을 텐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점점 당을 망가뜨리는 트리거가 되고 있다.

당은 이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당헌·당규를 의율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검찰 고발 이후 20일간 국민을 실망시킨 책임은 외면하는 낡고 안이한 정치다. 상황은 벌어졌고,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며, 누군가는 적합한 책임을 져야 한다. 범의가 없었다면 사태를 키운 건 지도부의 무능일 것이다.

강준구 정치부 기자 eyes@kmib.co.kr